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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혼에 가슴 뛴 축제의 장 … 1점 차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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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최고 권위의 클래식 경연 대회인 제38회 중앙음악콩쿠르가 6일 막을 내렸다. 도전자 360명 중 21명이 트로피를 받았다. 각 부문 영광의 얼굴을 소개한다. 우리 음악계를 짊어지고 나갈 기둥들이다.

성악(여자) 곽진주

곽진주(24·경희대학원3·사진)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악을 시작한 ‘대기만성(大器晩成)’ 성악가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이었지만 “성악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라는 한 성악가의 말을 듣고 꿈을 접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했지만 노래가 너무 부르고 싶어 성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곽씨는 2010년 중앙음악콩쿠르에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떨어졌다. 그는 “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를 듣고 많이 배웠다 ”고 말했다. 곽씨는 겸손함을 무기로 다시 중앙음악콩쿠르에 도전했다. 시상식 직후에도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보였다. “큰 콩쿠르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어요. 내가 ‘이 정도까지 왔다’라고 자만하면 결코 약이 될 수 없죠.”

성악(남자) 김정훈

김정훈(24·서울대4·사진)씨는 고3 때 교회 독창 무대에서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수능을 4개월 앞둔 시점에 과감히 성악으로 진로를 틀었다. “그대로 대학을 가도 그만두고 노래를 하리란 걸 가슴으로 알았다”고 했다.

 4년 만에 겨우 대학을 갔지만 콩쿠르에서도 번번이 떨어졌다. 그래서 남들은 이틀에 한번도 무리라는 레슨을 매일 받았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중·고생 대상 과외 한번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늘 배고팠습니다.” 이번 경연에서 마지막 곡을 부를 때 김씨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하는 내용의 곡이었다. “ 제 이름 석자를 세계 무대에 걸 때까지 늘 배고플 겁니다.”

피아노 인소향

쇼팽을 연주할 때 “그냥 너무 좋다”는 인소향(21·서울대3·사진)씨는 집에 피아노가 없다.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는 인씨의 정신적 지주는 스승인 아비람 라이케르트 교수다. 그래서 인씨는 라이케르트 교수를 ‘아빠’라고 부른다. “이번 연주곡목도 ‘아빠’가 짜 주셨어요.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응원해주셨죠.”

 인씨는 이번 콩쿠르에 대한 중압감이 컸다. “그 동안 수상경력은 화려하지 않은 편이었어요 .” 연습 도중 친구를 붙잡고 운 적도 여러 번이다. “그냥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걸 하기로 마음먹었죠.” 인씨의 본선 연주곡들 중 하나는 쇼팽의 폴로네이즈였다. 뛰어난 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

첼로 이상은

“첼로는 사람 목소리랑 닮았어요. 연주하다 보면 가끔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이상은(19·한예종3·사진)씨는 열 살 때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의 찢어지는 고음을 참는 게 고역이었다. 대신 ‘다정한’ 첼로 소리에 마음을 뺏겼다.

 수상경력이 많은 이씨에게도 이번 콩쿠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40분이 넘는 연주가 막바지에 다다를 때였어요. 체력이 달려 잠시 객석을 바라봤죠. 한 아주머니가 황홀한 표정으로 절 보시더라고요. 그렇게 가슴 벅찬 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감동’은 심사위원들에게도 통했다. 이씨는 심사위원 9명 중 7명에게 1위로 낙점받았다.

클라리넷 강석원

강석원(21·서울대3·사진)씨는 콩쿠르 접수 마감 이틀 전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올해 1월 다리의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2010년 여름 일어난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쳤다. 그 상태로 도전했던 지난해 콩쿠르는 1차 예선에서 미끄러졌다. 3년간 입상경력이 끊이지 않았던 그에겐 슬럼프였다.

 재기를 가능하게 한 건 꼼꼼한 성격이다.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기술적인 부분을 꼼꼼히 표현하기가 의외로 어렵죠.” 김씨의 꿈은 소박하다. “클라리넷 한다고 하면 다들 ‘돈 많이 들겠네’라고 말해요. 클라리넷이 더 대중적인 악기가 됐으면 해요. 제가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

작곡 박강준

박강준(24·서울대4·사진)씨는 지난해 수상자가 없었던 작곡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콩쿠르에서 단번에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박씨의 아버지는 광주시향 첼로 수석 박문경씨. 어려서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 다.

 중앙음악콩쿠르는 그의 인생 진로를 바꿨다. “ 올해 여름 대학을 졸업을 앞두고 작곡과 지휘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 했었는데 작곡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박씨는 콩쿠르에서 특이하게 자신이 만든 곡 ‘피아노 듀오를 위한 3개의 자격’을 직접 연주했다. 보통은 피아노 전공자가 연주한다. “무조(無調)든 조성이 있든 음악은 듣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처럼 그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바이올린 노예진(1위 없는 2위)

노예진(20·연세대2·사진)씨는 ‘악바리’다. “콩쿠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힘들었다. 등이 아파 4개월 전부터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더 이상 연습은 무리”라고 말렸지만 진통제를 먹고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노씨는 소문난 연습벌레다.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에는 빵을 사 들고 연습실에 간다. 연습하면서 녹음한 곡들은 집에서 다시 들어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되새긴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2시간 밥 먹는 시간을 빼곤 연습만 했다고 한다. 유일한 취미는 드라마 보기. “음악을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매일 연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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