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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 넘는 채권 찾다간 주식투자보다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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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호 22면

채권은 증권시장의 팔방미인이다. 안정성이 높고 유동성·환금성까지 갖춘 때문이다. ‘와타나베 부인(일본계 자금)’ ‘소피아 부인(유럽계 자금)’ 등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열심히 사들인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채권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근래 직접 채권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다음 달께 시장 문턱도 낮아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채권투자금액은 증권사 장외거래를 기준으로 2007년 1조6800억원에서 2010년 5조8070억원으로 3년 새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조677억원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금보다 수익성이 좋으면서 주식보다 안전한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 것이다. 분리과세 등을 통한 절세 효과 덕도 봤다.

늘어나는 개인 채권투자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개인의 국고채 입찰 최소금액을 기존의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 내릴 예정이다. 국고채에 장기 투자하는 개인에 대한 이자소득세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도 검토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입찰 단위 인하는 현재 관련 규정을 고치는 중으로 4월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국고채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 노후 대비 수단으로 개인의 채권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양증권 김병철 전무는 “채권 투자는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와 안정성·절세 효과를 중시하는 거액 투자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며 “국고채 최저입찰액이 낮아지고 세제 혜택이 생기면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채권투자는 증권사를 방문해 위탁계좌를 개설하고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전화, 지점방문을 통하면 된다. 한국거래소의 소매채권시장(http://sbond.krx.co.kr), 금융투자협회의 본드몰(www.bondmall.or.kr)에서는 채권의 수익률·표면금리·신용등급 등의 관련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부 채현주 팀장은 “증권사들이 쪼개 파는 채권 상품은 개인투자자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 소매채권 정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9000가지가 넘는 채권 상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투자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신용등급이 같다면 수익률이 높은 것이 좋고, 세금이 걱정된다면 절세 효과가 있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나에게 맞는 채권투자법은 무엇일까. 소매채권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증권사 채권상품 실무 책임자의 조언을 들어봤다. 동양증권의 최훈근 채권상품팀장, 삼성증권의 조완제 투자컨설팅팀장, 우리투자증권의 김범용 채권상품부장이다.

금액 따라 장·단기 분산투자
최훈근=채권투자도 투자금액과 기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금액별로는 1억원 미만은 단기 회사채, 1억~5억원은 단기 채권과 중장기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5억원 이상은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으로 종합과세를 고려한다. 투자기간이 1년 미만이면 현재 해당 업종의 경기가 좋지 않아 단기 채권임에도 5%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건설사·해운사 채권이 좋다. 업황이 좋은 데 따른 위험은 만기가 짧은 것으로 상쇄하는 전략이다. 투자 기간이 1~3년 정도면 우량 회사채에 투자한다. 5년 만기 채권을 3년 정도 보유하다가 시장 상황을 보고 중간에 파는 전략도 있다.

김범용=1억원 이하의 투자라면 신용등급 대비 투자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를 노려라. 가격이 오를 것 같은 LG이노텍 회사채 등이다. 금액이 더 커지면 비과세·분리과세에 유리한 물가연동국채를 추천한다. 3억~5억원 정도면 투자수익률 5~7%에 석 달마다 이자를 주는 채권이 좋다.

조완제=소액투자자라면 직접투자 이외에 채권형 펀드나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간접투자도 바람직하다. 금액이 크고 여유가 있다면 직접 투자에 나서도 된다. 은행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과 환차익 등 추가적 수익을 낼 수 있는 딤섬본드나 브라질 국채 등이 있다. 딤섬본드는 홍콩에서 해외 기업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위안화가 절상되면 이득이 기대된다.

베이비부머, 절세·노후 대비
김범용=세금 부과는 표면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표면금리가 높으면 세금이 많다. 수익률이 같더라도 표면금리에 따라 세후 수익률이 달라진다. 따라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에 투자한다.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으로는 각종 인허가 때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과 지방채권이 있다. 특히 국민주택 2종 채권은 표면금리가 없는 비과세 채권으로 상속·증여에 유리하다. 또 만기 10년 이상 채권 가운데 이표채는 이자 지급 시점마다 분리과세 여부를 신청할 수 있어 적절히 조정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조완제=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채권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금리 하락 추세에 대비하는 것이다. 선진국 사례로 볼 때 우리도 제로 금리 시대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비해 연수익률 4% 안팎의 10년 이상 장기 국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세금이 걱정된다면 브라질 국채와 딤섬본드·물가연동채가 좋다. 물가연동채는 물가 상승에 따라 늘어나는 원금에 비과세되기에 절세 효과가 크다. 10년 이상 장기국채는 분리과세가 가능하므로 세율이 높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브라질 국채는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세금을 물지 않는다. 물가채와 딤섬본드는 표면금리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금이 낮다.

최훈근=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월급식 지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월 이자지급식 펀드·채권이 그것이다.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주는 이표채는 석 달짜리가 많지만 개인투자자를 위해 다달이 지급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롯데캐피탈 10년 만기채는 수익률 5% 수준이고 매달 이자를 준다. 분리과세도 신청이 가능해 고액 자산가의 관심이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월 이자표시 채권도 인기가 높았다.
 
조완제=수익률이 10%를 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끌리겠지만 조심해야 한다. ‘큰 회사인데 무슨 일 있겠느냐’고 안이하게 여기다가 한순간에 몽땅 잃을 수 있다. 그러려면 아예 주식을 하는 것이 낫다. 고수익을 원해도 7~9% 수준에서 그쳐야지 그 이상은 관리종목 주식투자 수준의 모험이다.

최훈근=한번쯤 신용위기에 처한 채권들이 시장에서 10% 이상의 수익률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초보자는 피해야 한다.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리겠다면 증권사가 검토 끝에 판매하는 채권상품을 고려할 만하다.

김범용=워크아웃(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기업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채권을 싼값에 산 뒤 비싼 가격에 파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남광토건의 남광토건77 채권의 경우다. 지난해 11월 5000원대에서 거래되다가 현재 9000원대까지 올랐다. 저점 대비 80%가량의 수익률이다. 하지만 고수익 상품에는 고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굳이 투자한다면 ‘잃어도 괜찮은 수준’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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