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일본 연극 〈분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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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 올려진 일본 세이넨자(靑年座)극단의 〈분나야 나무에서 내려오렴〉은 일본을 대표하는 연극이다.

한중일 연극교류사업인 베세토연극제 참가작인 이 자품은 동양적인 윤회(輪廻)사상을 바탕으로, 1978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천1백50회가 넘는 공연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은 넓은 사원 연못에서 동료들과 살고 있는 참개구리 분나. 뱀에 의해 부모를 잃은 분나는 동료 개구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천국을 찾아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나무 정상은 솔개의 겨울 먹이창고. 분나는 이곳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을 목격한다.

분나는 이곳에서 만난 참새와 쥐·뱀 등 평소 자신이 두려워했던 짐승들도 실은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사력을 다해 살아남은 약자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나는 죽은 쥐의 몸에서 나온 벌레들을 잡아먹고 동료들이 사는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줄거리다.

생명의 존엄성과 슬픈 자연계의 법칙을 우화적으로 엮어낸 이 작품은 당초 청소년연극으로 만들어졌지만, 90년대들어 성인연극으로 각색됐다.

단원들은 개구리와 참새·쥐·올빼미·뱀 등 동물들의 모습을 실감있게 표현했으며, 특히 뱀 역을 맡은 우치야마의 코믹한 캐릭터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즐겁게 했다.

13일 첫 공연때 컴퓨터 고장으로 한글자막이 뜨지 않아 배우들의 대사를 모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인류공통의 주제를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분나야…〉에 이어 베세토연극제에 참가하는 중국 따리안(大連)극단의 〈3월의 도화수(桃花水)〉는 17~19일, 한국 서울예술단의 〈청산별곡〉은 20~22일 각각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02-756-6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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