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구도, MB심판론서 ‘노무현 vs 박근혜’로 이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4·11 총선의 여야 대결구도가 ‘박근혜 대 노무현’의 틀을 급속히 갖춰가고 있다. 일차적으론 노무현계가 대거 출전하는 부산 지역이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된 데서 비롯한 현상이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론을 꺼냈다 역공에 밀렸다고 판단한 야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집중적인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것도 그런 구도 형성에 영향을 줬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구 열린우리당’이란 딱지를 붙여 부산의 ‘반노 정서’를 자극하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민주당도 부산 관련 이슈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야의 공천자가 확정되면 이 구도는 전국적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도 관련이 있다면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정연씨의 이면계약서를 공개했던 이종혁 의원은 “민주당 공천의 성격은 부패한 친노 세력의 전면 재등장”이라며 “구시대 부패정권으로 스스로 폐족(廢族)이라 칭했던 친노가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MB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덕상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근 한 월간지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의 전문가 채용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당시 임용권자인 한국고용정보원장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각별한 사이였던 부하직원으로 현재 민주당 서울 지역에서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자신도 지난달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친노 진영을 겨냥해 “자신을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 “야당은 심판의 주체가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란 강한 표현을 구사하며 각을 세웠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친박 대 친노의 대결로 가는 것은 야권의 MB심판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이날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국민의 것을 빼앗은 사람이 국민을 책임진다고 말하는데, 이 말을 국민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느냐”며 “박근혜 위원장이 진정 국민만 바라보겠다면 먼저 군사정권 시절 총으로 위협해 빼앗은 정수장학회를 국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한 대표는 또 “박 위원장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겠다고 했지만 지난 4년간 국정의 총체적 실정과 실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준 고통 뒤에는 박 위원장이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공동책임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는 이어 최고위에서도 “검찰이 느닷없이 정연씨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국민의 심판을 앞둔 이명박 정권의 치졸하고 비열한 선거 개입”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정치검찰의 편파 수사의 뒤에는 새누리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연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모든 허물을 안고 세상을 떠났는데 선거를 앞두고 이것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태”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위원장을 겨냥, 정수장학회를 거론하면서 “2007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중앙정부가 개입해 강제로 국가에 헌납하게 한 사건이라고 판정했던 사안”이라며 “일종의 장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