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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썰렁한 경기장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입니다. 절대 놓치지 마십시오."

2000 아디다스컵 프로축구대회의 장내 아나운서가 하프타임 때마다 내놓는 단골멘트다.

프로축구연맹은 수원 삼성의 아나운서인 이경희씨를 이번 대회 진행자로 고용, 미리 써둔 대본을 시간날 때마다 읽게 한다.

그러나 경기장 분위기는 14일 개막날부터 썰렁함의 연속이다.

아나운서 이씨가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관중을 `유혹'할 때엔 오히려 한기가 경기장을 휘감는 듯 하다.

관중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이 돼 버렸다. 관중이 첫날 850명에서 15일 1500명으로 늘었으나 17일엔 다시 첫날로 돌아갔다. 유효관중만 따지면 하루 50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게 연맹의 솔직한 고백이다.

팀당 20명 남짓한 서포터스들이 목이 터져라 불러대는 응원가와 득점 때 대형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괴성만 그라운드에 메아리칠 뿐 관중의 탄성은 찾아볼 수 없다.

심판의 알쏭달쏭한 판정도 여전하다.

특히 17일 첫 경기로 열린 전남 드래곤즈-부산 아이콘스전은 "심판들이 전남을 봐주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진행이 미숙했다.

전남은 지난 11일 수원 삼성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데니스와 산드로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3-7로 대패했던 터라 판정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김원동 연맹 사무국장은 요즘 경기장이 왜 이러느냐는 질문에 "올해 유럽선수권과 올림픽 등 잇단 매머드급 국제대회에 관중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과연 큰 국제대회가 없는 내년엔 프로축구 경기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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