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 13억 출처’ 관련 박연차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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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콘도) 구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7일 형집행정지 중인 박연차(67·사진) 전 태광실업 회장을 조사했다고 28일 밝혔다.

 중수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에 문제가 된 13억원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을 조사하게 됐다”며 “2009년 수사 당시 불거졌던 140만 달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처음 ‘13억원(미화 100만 달러) 밀반출’ 의혹을 주장한 재미교포 이모씨 형제가 이 돈이 정연씨로부터 나왔다는 전문진술(傳聞陳述·들은 것을 진술하는 것)을 한 만큼 혹시 관계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9년 당시는 수감 중이어서 돈을 보낼 처지가 아니었고 이번에 문제가 된 13억원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13억원 밀반출 사건’에 국한된 것이라고 강조해 온 검찰이 박 전 회장을 조사함으로써 사실상 수사 범위를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수사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박씨가 100만 달러를 전했고, 태광실업 홍콩법인 계좌를 통해 4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었다.

 검찰은 현재 정연씨로부터 미국 아파트 구입 대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모씨의 귀국도 계속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경씨의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경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귀국해 조사에 응하라’는 뜻을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노정연씨가 미국의 아파트 소유를 위해 경씨와 이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의원이 ‘이면계약서’라며 공개한 문건에는 영문으로 ‘2007년 10월 5일, 경○○와 노정연의 상호 동의 하에 24th Avenue Port Imperial, Unit #435, West New York, NJ 07093의 소유권이 노정연에게로 이전됐다’고 적혀있다. 이어 ‘부동산 명의는 2년 동안 경○○로 돼 있지만 소유권은 노정연에게 있다’는 문구가 있고, 마지막 부분에는 두 사람의 자필 서명과 서명일(2007년 10월 8일)이 포함돼 있다.

 문건에 등장하는 부동산은 미국 뉴저지주의 아파트 ‘허드슨클럽’ 435호로, 현재 경씨 소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건의 내용에 비춰 보면 “실소유주는 경씨가 아닌 정연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미 내사 종결된 사안”이라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불법 선거개입 행위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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