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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투자금 회수소송에 휘말린 심형래

중앙일보

입력

심형래씨는 요즘 화가 단단히 나 있다. 그의 야심작 ‘용가리’를 실패한 영화 취급하는 언론이 밉고, 이에 덩달아 “돈 내놓으라”고 아우성인 투자자들이 야속하다.

“아직 게임은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의 눈은 열정으로 불타고 있다.

심씨가 현재 처한 상황은 사실 심각하다. 지난해 7월 용가리 개봉을 끝낸 후 현재 세 가지 송사에 휘말려 있다. 영화를 개봉한 세종문화회관측이 약정 수익금을 계약대로 주지 않는다고 지난해 5억여원대의 소송을 냈고, 용가리에 투자한 CKD창투가 계약위반을 이유로 22억원의 위약금 청구 소송을 냈으며, 얼마 전에는 또다른 투자자인 (주)
하림이 심씨가 투자금을 전혀 상환하지 않고 있다며 2억5천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제기했다.

심씨에게 걸린 소송액은 도합 3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 지난해 국내 극장 개봉으로 심씨가 거둬들인 수익은 28억원. 만약 소송에 진다면 지금껏 번 것 모두 날리고도 모자랄 판이다.

하림이 용가리 제작시 투자한 돈은 3억여원. 하지만 하림보다 먼저 투자한 회사에 돈을 상환해주다 보니 아직 하림에게까지 투자금을 돌려줄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 심씨의 주장이다.

현재 심씨는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와 영구아트무비로부터 받는 봉급·수당·상여금 등을 향후 소송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하림측에 가압류 당하고 있는 상태다. 심씨는 “겨울 방학에 맞춰 개봉 예정인 용가리의 80% 수정판으로 돈이 들어오면 바로 3억원을 돌려줄 작정”이라며 씁쓸해했다.

이보다 조금 앞서 소가 제기된 CKD창투와의 분쟁 건. CKD창투측은 “심씨 회사에 회계감사를 하려 했지만 심씨측이 자료 제공을 거부해 회계법인이 ‘의견거절’판정을 내렸다”며 “의견거절 판정이 나오면 투자금액의 2배를 돌려주기로 한 계약에 따라 투자금 11억원의 두배인 22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씨는 “회계감사를 위한 서류 준비가 미비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영화를 찍다보면 일일이 영수증을 끊을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볼멘 표정이다.

예를 들어 산에서 폭파신을 찍는다면 산 관리인에게 몇 푼 집어줘야 촬영을 진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 또한 자신이 영화 촬영과 회사 경영 모두를 책임지고 동분서주하다 보니 사내에서 서류를 일일이 챙기기도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이 그의 항변이다.

“일본의 포켓몬스터가 오늘날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계속 투자하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뒤따랐습니다.

용가리 판권을 외국에 넘기고 돈을 받고 끝내는 게 아닙니다. 전세계 각종 필름 페스티벌에 찾아다니며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계약이 이뤄집니다. 현재 진행중인 딜(협상)
도 여러 건이 됩니다. 곧 개봉될 용가리 수정판은 세계시장에서 더욱 나은 평가를 받을 겁니다.”

현재 진행중인 딜의 대상과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밝히기를 꺼려했다. 다만 9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프리세일 실적은 모두 9백만 달러에 달한다고만 밝혔다.

또한 이 금액은 비디오·DVD 판매 등 부가 수입 정도에 따라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 계약이 완전히 이뤄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제 계약이 성사된 것이 아니라 딜 메모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재 완전히 계약이 끝난 것은 일본의 영화 수입사인 콤스톡사와 맺은 1백50만 달러의 수출 계약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승렬 기자<s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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