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외국인과 상승을 즐길 때 … 이탈 걱정은 2분기 이후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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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투자자를 만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외국인 동향이다. 외국인이 왜 한국 주식을 사고, 언제 팔고 떠날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외국인은 1월에 6조30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과거에도 외국인은 1월이면 늘 주식을 샀다. 2000년 이후 미국계 자금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09년을 제외하고는 1월에 빠짐없이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다른 달보다 1월에 더 많은 돈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외국인 매수세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규모가 너무 크다. 게다가 미국계 외에 유럽 및 조세회피 지역에서도 3조5000억원이 들어왔다. 과거 유럽 자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때 신흥국 주식을 사고, 어느 정도 오르면 중간에 팔고 나가는 패턴을 보였다.

 지금은 OECD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을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기회복을 기대했다기보다는 유로 캐리(유로화를 빌려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 자금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언제 떠날까. 1월에 찾아왔을 때처럼 갑자기 떠날 수도 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외국인이 언제 이탈할지 유추해 봤다.

 먼저 미국 펀드 자금 흐름의 계절성이다. 과거 20년간 미국의 연간 주식형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4분기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해 1월과 4월에 가장 큰 자금이 들어왔다. 반면 여름에는 자금 유입이 크게 줄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계절성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글로벌 시장의 위험도가 확 줄어들었을 때다. 유로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선호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신용위험이 줄어 시장환경이 더 이상 별로 위험하지 않게 되면 금융장세는 일단락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은 신용위험 지표로 구성된 거시경제 리스크 지표나 이탈리아(위험자산) 및 독일(안전자산)의 금리차로 볼 때 신용위험이 추가로 완화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어 보인다.

 셋째,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갈 때다. 과거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달러당 1100~1300원대에서 주식을 샀다. 1300원 이상이거나 1100원 미만에서는 주식을 팔았다. 원화의 지나친 강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새로 한국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율 매력도를 떨어트린다. 2분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ISM 제조업지수가 53을 밑돌 때다.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외국인은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한 한국 주식부터 팔았다. 과거 통계상으로 ISM 제조업지수가 53을 밑도는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가 나타났다. 1월 기준으로 ISM 제조업지수는 54.1로, 반등 추세에 있다.

 결론적으로 1분기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다. 외국인 이탈의 판단은 2분기로 미뤄도 좋을 듯싶다. 지금은 외국인과 같이 상승을 즐길 때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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