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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공천안 앞으론 비대위 보고 않고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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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로 강한 스타일의 충돌. 27일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놓고 불거진 새누리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과 정홍원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의 대립을 보는 당내 시각이다.

 정 위원장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1991년 수서 비리사건을 비롯해 장영자 사건(94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98년)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자주 맡다 보니 “스스로 세운 원칙을 칼같이 지킨다”는 평이 많다. 99년 6월 대검 감찰부장 시절엔 ‘낮술 금지령’을 내려 철저히 지켰다. 그 뒤 10여 년이 지나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도 ‘낮술 금지령’을 언급하며 술을 사양했다고 한다.

 공천위가 비대위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이재오 의원 등에 대한 공천을 신속히 확정한 건 ‘공천 심사는 공천위의 권한’이라는 원칙을 지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천위에서 만장일치로 1차 공천안을 확정한 직후 “이번은 첫 발표여서 공천안을 비대위에 보고했을 뿐 앞으로는 보고하지 않고 발표하겠다”고 못 박았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비대위 출범 이후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고 나간다”(이준석 비대위원)고 말한다. 새 정강·정책 논의 과정에서 ‘보수’ 삭제 논란이 벌어졌을 때 김 비대위원이 “사퇴하겠다”고까지 하며 주장을 쉽게 거두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인물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당초의 MB 인사 배제 주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의 대립에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비대위는 당의 쇄신을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반면 공천위는 일단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게 목표다. “비대위는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생각을 전하는 쪽이고, 공천위는 한 명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큰 사람을 정하는 쪽”(조현정 비대위원)이란 것이다. 인적 쇄신의 명분을 위해선 이 의원을 공천하지 않는 게 좋지만, 지역구에서 이길 가능성을 높이는 실리를 위해선 공천을 주는 게 맞다는 얘기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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