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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미 대화 진전 맞춰 남북관계도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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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첫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렸다. 회담이 끝난 뒤 미국 측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하고 유용한 대화를 했다”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등 핵심 쟁점에서 다소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대화의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단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양측은 UEP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를 중점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사실상 이와 연계해 대규모 영양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김정은 체제의 북한과 미국이 본격적으로 교감하는 첫 기회가 된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우리의 어정쩡한 입장이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북·미 대화는 진전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미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 없이 미·북 관계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측에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그 말에 얼마나 큰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의 수순을 밟기로 한 합의에 따라 지난해 두 차례의 남북대화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남북대화는 전면중단 상태다. 그럼에도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은 열렸으니 말이다.

 북·미 대화가 더 진전되면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가 6자회담의 발목을 잡지 말란 보장도 없다. 이를 막으려면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남북대화 중단의 더 큰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궁지에 몰려 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북한은 그 손을 잡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계속해서 대화의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6자회담의 방관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