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넷 달린 초고성능 스마트폰 세상 열린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9호 22면

LG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선보일 ‘옵티머스 4X HD’ 신제품들. 한국산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두뇌 격인 칩을 네 개 단 쿼드코어 폰이다.

IT 트렌드가 노트북이나 일반 PC에서 ‘손 안의 PC’라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쪽으로 선회한 지 수년이 지났다. 모바일에 특화한 MWC에 IT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이번 행사를 통해 모바일 산업의 흐름과 차세대 제품을 한눈에 살피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다. 나흘의 짧은 전시회지만 세계 굴지의 이동통신 회사와 단말기 제조사, 플랫폼 사업자, 부품 회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 1400여 모바일 관련 기업과 6만여 전문가·소비자가 한데 어우러진다.

미리 가 본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2’

올해는 ‘모바일을 다시 정의한다(Redefining Mobile)’는 행사 깃발 아래 미국 모토로라·퀄컴·인텔·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대만 HTC, 일본 소니, 한국 KT·SK텔레콤·삼성전자·LG전자 등 내로라하는 모바일 브랜드들이 모여든다. 삼성에서 최지성 부회장과 이재용 사장, 신종균 사장이, LG에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박종석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본부장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표현명 KT 사장 등 이통사 CEO들도 참가한다. 이재용 사장은 2년 만에 MWC에 참석해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 등 모바일 업계 경영 구루들과 만날 예정이다.

MWC 2012는 어떤 흐름을 보여줄까. 예고된 전시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예상해 보면 크게 두 가지 키워드다. 우선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최대 5배나 되는 4G 기술 ‘롱텀에볼루션(LTE)’이 대중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LTE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면 언제든지 영화 한 편(800MB 동영상 기준)을 몇 분 만에 내려받아 길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MWC에서는 LTE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구현될 수 있느냐 하는 이론적 가능성만 보여주었다. 올해 LTE는 이론이 현실로 넘어와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풍성하게 쏟아질 전망이다. LTE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교육·의료 관련 고품질 모바일 콘텐트도 선보일 것이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두뇌(칩)가 여럿 달린 고성능 단말기의 출현이다. 휴대전화기가 음성통화를 넘어 동영상 처리와 여러 유·무선 정보기기와의 소통, 사이버 공간에 데이터를 올려놓는 ‘클라우드(cloud)’ 등 복잡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리용량의 ‘빅 데이터(Big data) 시대’ 돌입으로 똑똑한 모바일 정보기기가 필요해졌다. MWC 2012에는 칩이 넷 달린 쿼드코어(Quad core) 단말기가 여럿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코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는 단말기 제조사들과 함께 ‘테그라3’ 기반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이번 MWC에서 발표한다.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에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내놓기 위해 MWC에서 선보일 ‘갤럭시 미니2’.

모바일 플랫폼의 다양화도 이번 MWC의 관전 포인트다. MS가 29일 ‘윈도8 퍼블릭 프리뷰 버전’을 발표한다. PC 운영체제(OS)를 모바일 행사장에서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모바일에서 한 박자 늦었다고 후회해온 MS가 모바일과 PC 환경 통합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MS·구글·애플 등 모바일과 데스크톱의 경계를 허물려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쟁이 임박했다.

한국 기업들의 기세는 어떤가. 마주 보며 전시부스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분위기는 각기 다르다. 삼성전자는 숨을 고르기로, LG전자는 숨차게 전력 질주하기로 작정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3’ 등 차세대 시장 주도 제품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갤럭시 노트’를 태블릿PC 크기로 키운 ‘갤럭시 노트 10.1’과 최신 구글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S)’를 내장한 ‘갤럭시 탭2’, 교육 콘텐트로 선보일 ‘러닝 허브’로 승부수를 띄운다. 전자펜이 달린 단말기는 ‘노트’, 터치화면으로 조작하는 태블릿은 ‘탭’이다. LG전자는 쿼드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4X’, 그리고 교과서처럼 4대 3 황금비율의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 등 차세대 모델을 대거 선보인다. 옵티머스 4X는 한국 첫 쿼드코어 스마트폰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제품이다. 옵티머스 뷰는 650니트 밝기의 디스플레이를 갖춰 햇빛이 비춰도 선명한 색상의 화면을 볼 수 있다. SK텔레콤과 KT의 경합도 볼거리다. MWC가 선정하는 ‘GSMA 글로벌 어워드’에 두 회사는 베스트 모바일 머니 부문의 후보로 나란히 올랐다. KT의 ‘올레 마이월렛’과 SK텔레콤의 ‘NFC 결합 유심(USIM) 카드’다. 수상 결과는 28일 MWC 현장에서 공개된다.

핀란드의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 노키아도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윈도폰 계열의 초저가 스마트폰 ‘루미아 610’을 공개할 예정이다. HTC와 모토로라는 쿼드코어 스마트폰 ‘인데버’와 ‘아트릭스3’을 각각 내놓을 것 같다. 소니는 첨단 스마트폰은 물론 TV·태블릿·데스크톱·스마트폰에서 동일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4스크린’ 전략을 공개한다. 인텔이 지난달 초 CES에서 발표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메드필드’가 적용된 제품을 선보일지도 관심거리다. 또 모바일과 접목된 헬스·금융·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서비스도 나온다. 미 포드는 올해 처음 MWC에 참가해 ‘스마트 카’를 선보인다.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IT와 자동차가 융합된 ‘포드 컨버전스(융합) 비전’을 밝힌다. 존 파트리지 비자 회장과 존 도나호 이베이 회장은 모바일 금융의 미래 전략을 발표한다.

MWC의 전시관은 모두 8동에 이르지만 늘 만원사례였다. 그만큼 눈치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다. 한눈 팔면 금세 뒤처지는, 그래서 더욱 치열한 생존 게임을 펼쳐야 하는 곳이 모바일 세계다. 이번에는 전시장을 찾는 일마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듯싶다. 유럽 재정위기에 깊숙이 휘말린 스페인에선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대중교통 파업이 예고돼 있다. 월요일(현지시간 27일) 개막에 맞춰 호텔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전시장에 갈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699유로(약 105만원)에 달하는 입장료에도 전시장은 북적일 것이다. 다들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최로 1987년 처음 개최됐다. GSMA는 210개국 800여 이동통신 사업자와 200여 단말기 제조사, 소프트웨어·인터넷 회사 등이 참여한다.



최필식(39) IT 블로그인 ‘칫솔닷컴(chitsol.com)’ 운영자. 하루 평균 4000명이 방문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1 블로그 어워드’에서 IT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의 ‘대한민국 TOP 100 블로그’에 2009년 이후 3년 연속 선정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