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화려한 개막 팡파르

중앙일보

입력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항도 부산에서 열린 제81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은 지역성과 국제성을 조화롭게 표현한 한 편의 서사극을 보는 것과 같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새 천년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과거와 미래, 구세대와 신세대가 조화를 이루며 주제인 '남북 화합과 통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물흐르듯 일관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특히 참가자들은 2년도 채 남지 않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예행연습 격으로 열리는 대회라는 것을 의식한듯 향토애로 똘똘 뭉쳐 사상 최고의 대회로 치르려는 열의를 보였고 관중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0... 오후 2시14분 시작된 식전행사는 부산 역사와 청사진을 담은 영상 등을 보여준 '프레이벤트'를 포함, 사이버힙합체조와 창작 동래학춤 등 3개 순서로 펼쳐졌다.

매스게임 대신 첫선을 보인 사이버힙합체조는 반짝이는 사이버풍 의상을 입은 1천50명의 부산지역 교사.학생과 50명의 뮤지컬배우.기계체조선수 등이 등장, 역동적이고 신선한 춤동작을 보여줬고 뒤를 이은 학춤은 고고한 선비들의 멋스러움을 한껏 표현했다.

힙합체조에는 이현종(당평초6년)군과 어머니 박정관(39.사상초 교사)씨가 함께 참가, 모자간의 정을 쌓았고 체조 끝무렵에는 역시 사상 최초로 채택한 체전주제가 '아름다운 인생'을 여주인공격인 뮤지컬배우 이정하씨가 불러 주목받았다.

0... 김대중 대통령 등 귀빈들이 입장하고 사회자가 개회식 거행과 선수단 입장을 알리자 본부석 앞에 자리잡은 카드섹션팀은 '어서 오이소(어서 오십시오)'라는 문구를 그려내 눈길.

이어 전광판 아래쪽에 자리잡은 군악대 200명의 행진곡에 맞춰 동주여상 선도악대와 태극기.대한체육회기를 따라 14개 시도와 12개 해외교포선수단, 이북5도 선수단이 차례로 들어왔고 경남과 개최지 부산에 이어 심판단이 마지막으로 입장.

0...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의 개회선언과 안상영 부산시장의 환영사, 대회기게양에 이어 지역 출신 김복주, 길영아, 한국인이 최종 주자로 나와 트랙을 한 바퀴 돈 뒤 3개의 성화를 점화자인 조재기(51) 동아대교수에 넘겨 하나의 '신화(新火)로 만들었다.

조교수는 최종 주자 중 한 명인 한국인(12)군과 함께 부산의 상징물인 가마솥 형상의 성화대에 불을 붙임으로써 마니산,금강산,포항 호미곶에서 채화된 성화는 부산에서 '새 불'로 다시 타 올랐고 모형비둘기와 풍선이 주경기장을 뒤덮었다.

또 점화와 함께 솥뚜껑이 열리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과 동시에 성화대뒤에서는 센텀시티(정보과학도시)를 상징하는 3m 높이의 안테나 조형물이 올라와 신구 조화를 꾀했다.

0...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개회사와 김대중 대통령의 치사에 이어 선수 및 심판선서를 끝으로 공식행사는 마감.

이어진 식후공개행사는 개항 당시 이북의 원산 상인을 비롯한 팔도 상인들과 외국인들이 모여들던 부산포 객주를 통해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부산가'를 시작으로 25분 동안 이어졌다.

0...총체극 형식을 띤 부산가에서 주인공 '부산댁'과 외손주 '돌이'역은 국악인 김영자씨와 공개선발을 통해 뽑힌 조현직(부산광남초 6학년)군이 분했다.

전문출연진 73명을 포함, 총 185명이 온몸으로 표현해낸 부산가에는 원산항 북선창고와 초량항 남선창고를 오가던 '부산호'와 경의선 철도를 달리던 구식 '철마'도 등장, 통일에의 염원과 향수를 불러왔다.

0... 극 말미에는 진주 사천 208 특공여단 장병 600명과 풍물패 500명이 등장, 길이 40m, 높이 5m의 거대한 용 두마리로 창작 용놀이를 펼쳤다.

한민족의 상징 황룡과 외세인 청룡의 치열한 싸움은 주경기장 안을 몇바퀴식 휘돌며 장관을 이루다 황룡의 승리로 끝을 맺었고 풍물패가 '진군악'을 울리는 가운데 '부산통신사'가 등장,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부산통신사는 동서화합과 남북평화의 상징으로 새 천년 남북통일과 세계화의 주역이 될 부산을 상징한다는 것이 개회식 연출자 이윤택씨의 설명.

0...부산통신사 행렬의 등장과 함께 전광판 쪽 그라운드에는 부산댁과 돌이의 모습을 한 높이 15m, 폭 12m의 거대한 인형이 출현했다.

캔버스천으로 제작해 바람을 넣으면 부풀어오르게 되는 이 인형은 이벤트기획자들 사이에서 '바보트(barbot:기둥과 로봇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것으로 갑자기 운동장에 출몰한 거인의 모습에 특히 어린이들이 즐거워했다.

0...마지막 순서인 부산통신사의 행진에는 2천343명의 출연진이 모두 나와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희망찬 부산을 찬양했고 관중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혼연일체가 돼 주경기장은 감동의 장으로 변했다. (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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