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가네모토 '3할·30홈런·30도루' 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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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에 단 6명만이 밟아본 '영광의 고지'이자 '호타 준족의 상징', 3할 - 30홈런 - 30도루.

히로시마 카프를 대표하는 거포 가네모토 토모아키(32)가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역사상 '7번째'로 이 고지에 깃발을 꽂는데 성공했다.

11일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시즌 27번째 경기에서 가네모토는 4회초, 야쿠르트의 미야데로부터 우측 펜스를 넘기는 시즌 30호째 솔로 홈런을 쳐내어, 1995년 팀내 선배 노무라 겐지로(34)가 달성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3할 - 30홈런 - 30도루' 고지에 안착한 것이다.

대기록 달성을 위한 다쓰가와 감독의 배려로 인해 선발 1번으로 경기에 출장한 가네모토는, 첫 타석에서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었다. 그러나 4회초 다시 선두타자로 등장한 두번째 타석에서 그는, 카운트 2 - 2 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파울, 파울로 투수에 끈덕지게 달라 붙은 끝에, 결국 7구째의 실투(직구)를 당겨쳐 호쾌한 홈런을 만들어 내었다.

시합이 끝난 후, 가네모토는 "그 타석은 정신적 압박을 이겨낸 집중력의 승리다. 시즌 내내 고생이 심했지만 이 홈런 하나로 모든게 날아갔다"라며 대기록을 달성해낸 기쁨의 소감을 피력.

에토 아키라 (현 요미우리), 오가타 고이치, 마에다 토모노리, 노무라 겐지로 등과 함께 90년대 중, 후반 '공포의 붉은 헬멧 타선' 부활에 앞장 섰던 가네모토는, 데뷔 초 부터 빠른 발과 파괴력 넘치는 타력이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선수.

에토가 FA 신청 후, 요미우리로 이적했을 때도 "오가타와 마에다, 가네모토가 건재하므로 '붉은 헬멧 타선'의 위용은 여전할 것"이라는 평론가들의 예상이 있었으나, 시즌 초 오가타와 마에다가 일찌감치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접어, 가네모토에게는 '히로시마의 2000시즌' 모두를 자신이 짊어 져야 했던 쉽지 않은 한해였다.

그러나 가네모토는 시즌 초반 부터 공,수,주 전반에 걸쳐 맹활약을 펼쳐 한때나마 소속팀이 리그 1위에 나서는 이변을 연출하는데 중심에 섰었다.

투수력의 약세와 타선의 집중력 부족으로 결국 시즌을 작년에 이어 다시 5위로 마치고 말았지만, 평소 "3할 - 30홈런 - 30도루는 현역시절 동안 꼭 이뤄보고 싶은 기록"이라 이야기 해오던 가네모토에 있어서 이번 시즌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한해임이 분명하다.

마쓰이 히데키라는 강력한 MVP 후보 때문에 다소 빛이 가리긴 하지만 리그 내 득점권 타율 1위(.376)로써 그가 올해 세운 기록은 실로 놀라울 뿐이다. 타율 .315 (5위), 156안타 (6위), 30홈런 (4위), 90타점 (5위), 96득점 (2위), 도루 30개 (2위) 등의 화려한 기록.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팀 때문에 맘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가네모토가, 내년 시즌 복귀할 오가타와 마에다 등 든든한 동료들로 인해 자신의 짐이 조금만이라도 가벼워 진다면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40 - 40클럽'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비교적 맘편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늘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정상급의 선수로 거듭나온 그에게 있어 그 고지는 언젠가 정복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즌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의 부담감을 이겨낸 '정신력'이라는 무기가 그에게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네모토 토모아키 (히로시마 카프 / 92년 입단 / 우투 좌타)

(1) 생년 월일 ; 68년 4월 3일
(2) 통산 기록 ; (99시즌까지) 2,607타수 727안타 / 160홈런 / 441안타 / 66도루 / 445득점 / 타율 .279
(3) 수상 기록 ; 95년 베스트 나인

- 역대 3할 / 30홈런 / 30도루 기록 보유자

(1) 벳토 가오루 (50년, 마이니치) ; 타율 .335 / 43홈런 / 34도루
(2) 이와모토 요시유키 (50년, 쇼치쿠) ; 타율 .319 / 39홈런 / 34도루
(3) 나카니시 후토시 (53년, 니시데쓰) ; 타율 .314 / 36홈런 / 36도루
(4) 미노타 고지 (83년, 한큐) ; 타율 .312 / 31홈런 / 35 도루
(5) 아키야마 고지 (89년, 세이부) ; 타율 .301 / 31홈런 / 31도루
(6) 노무라 겐지로 (95년, 히로시마) ; 타율 .315 / 32홈런 /30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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