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국내 첫 '생태 친화형 건물' 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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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에너지로' '빗물은 모아뒀다 수세식 변기용 물·정원수로 한번 더' '태양력·풍력발전으로 전력 자립'

환경운동단체가 사무실 건물을 생태 친화형으로 개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환경운동연합(http://www.kfem.or.kr)이 사무실 개조에 나선 것은 지난 달부터. 현재 쓰고 있는 건물이 25년이나 돼 낡은데다 사무실로 쓰기에는 구조상 적합하지 않은 한옥이었다.막상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자니 나올 폐자재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 됐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간 홍보해왔던 생태친화적 건물로 지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 단체가 새로 지을 건물은 여태껏 국내외에서 시도된 '생태 공법'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선 15KW급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설비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해결하게 된다. 또 빗물은 저장했다가 변기용 물 등으로 다시 사용하고 화장실서 나오는 메탄가스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절수형 변기 ·절전형 조명 ·대기전력 차단장치(가전제품의 전원을 꺼도 미세하게 소모되는 전력으로 전체사용량의 10%에 이른다)
등 시설은 기본.

이외에도 건물을 철거했을 때도 자재들이 쉽게 썩을 수 있게 목재를 주로 사용하며 외관 역시 독성이 없는 무공해 페인트로 장식한다.

이 단체 부설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사무국장은 "정책 대안 중심으로 운동을 하면서도 우리가 쓰는 공간조차 바꾸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생태친화형 건물로 전면 개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 처음"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다지 보편화되지 않은 공법을 사용하다보니 기술·비용면에서는 큰 부담이 됐다.

난방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고기밀 단열창은 창 내부를 아르곤 가스로 채워 진공으로 만드는데 국내에서는 기술이 없어 만만치 않은 기술 사용료를 물어야 한다.

또 우유찌꺼기 벽 마감재의 경우 건물 내부 통풍을 가능케 해 진흙과 같은 효과를 내지만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시공 기술이 없어 포기했다.

최소 3억원 이상 필요한 이 공사의 비용은 독일 등 생태공법이 보편화한 유럽에 비해 10~20% 정도 더 들어간 것이다.

이 국장은 "서울 등 수도권에선 첫 생태친화형 건물"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재건축 정책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난 95년 이 단체 최열 사무총장이 탄 골드만상의 수상금 8천여만원과 시민모금 등을 더해 마련됐다.

생태건축 전문회사인 '사람과 공간'이 시공을 맡은 새 건물은 12월말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후 초ㆍ중학생의 견학 코스로도 활용된다.

Joins 이범준 기자<weiv@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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