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우량기업을 가다 ⑤ ㈜에스에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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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천안지청과 중앙일보 천안·아산이 공동 기획해 지역 우량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전망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 우수한 지역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평가 기준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을 선정했다. 다섯 번째 순서로 합금철 제조설비와 프로세스라인 국내 선두기업인 ㈜에스에이씨를 소개한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직원 보약 챙겨주는 기업문화

철강 플랜트 설비를 수주해 제작하는 ㈜에스에이씨는 2018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세계 탑5 에너지 솔루션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공단에 있는 ㈜에스에이씨(이하 SAC). 철강 플랜트 설비를 수주해 제작하는 업체다. SAC 사옥을 방문한 손님들은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삭막한 공단 안에 대규모 갤러리가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올 정도로 건축 디자인이 빼어나다.

 실내 인테리어는 더욱 놀랍다. 층층마다 직원들을 배려한 휴식공간이 숨어있고 직원들의 취미생활까지 고려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 한형기 대표이사는 지금의 사옥을 짓는데 설계비만 3억원을 투자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설계도를 찢다 보니 계획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한 대표이사가 이처럼 사옥을 신축하면서 공을 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사원 모두에게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대표이사는 매년 열리는 전 직원 체육대회에 한의사를 초빙한다. 전 사원에게 보약을 지어주기 위해서다. 또 매년 전 사원이 회사로부터 고급 정장 한 벌을 선물 받는다. 직원들의 의·식·주까지 챙기겠다는 한 대표이사의 의지가 담겨있다. 덕분에 이 회사는 1998년 창업 이후 ‘100% 성장 신화’를 이어가면서 ‘세계 top5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

IMF 구제금융 여파로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줄줄이 문을 닫던 1998년. 당시 한 대표이사는 모기업 상무이사로 일했다. 당시 기업은 기계공업 사업부분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세월 공업로 분야에 매진해 왔던 그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업로 기술과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책했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삼천리공업로㈜를 설립했다. SAC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공업로는 기계·금속·전기전자·화학 등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한 까다로운 분야다. 합금철 전기로는 전 세계에서 10개 내외의 업체만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SAC는 국내에서 이를 유일하게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업이다.

 5만KVA의 합금철 전기로를 제작할 만큼 수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려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2001년,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창업 이래 R&D 투자에 매진해 온 결과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는 SAC는 ‘글로벌 엔지니어’ 양성에 힘쓰고 있다. 사내 외국어 교육은 물론 해외 현지 기술연수 기회를 마련해 직원들의 선진기술 습득, 어학능력 향상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세계 랭킹 9위 … 2018년 매출 1조원 목표

건축미가 돋보이는 아산시 인주면 신사옥.

기술개발·인재육성에 올인하는 경영전략을 내세워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SAC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SAC는 세계 1000여 개 공업로 생산 업체 중 업계 순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주공단 신사옥으로 이전한 SAC는 2018년까지 매출 1조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세계 top5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공업로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설비다. 그만큼 각종 공해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SAC는 에너지는 절감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이고, 그만큼 환경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독일 등 유럽과 일본 등이 한동안 침체기를 걷고 있고 후발주자인 중국과 인도 등은 아직 기술력이 뒤쳐진 상태다. SAC는 매년 20~30명의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18년 Top5 목표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 대표이사는 “최근 베트남·중국·인도 등으로 수출물량이 늘면서 해외영업부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환경 친화적 신기술로 미래 철강플랜트 시장을 선도할 것이며 합금철 전기로 개발을 포함한 첨단 청정기술을 개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한형기 대표이사

사람이 경쟁력 … ‘내 집 같은 사옥’ 설계
직원 복지 힘써 행복지수 일등기업에 뽑히기도

㈜SAC 성장 동력이 무엇인가. SAC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몇 명에게 물었다. 예상외의 답변이 나왔다. 근로자 대부분은 주저 없이 “SAC의 성장 동력은 한형기 대표이사”라고 말했다. 한 대표이사의 넓고 긴밀한 인간관계를 꼽는 직원도 있고, 통찰력, 직관력, 포용력을 지녔다고 말하는 사원도 있었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SAC의 미래를 정확히 보고 있는 한 대표이사야 말로 가장 큰 성장 동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대표이사의 답변은 달랐다. 그는 “1998년 창업 이후 능력과 성실함을 갖춘 직원들이야 말로 SAC의 성장 동력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옥 신축 당시 많은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연구·기술직들이 대부분이고 공단에 사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내 집 같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층층마다 휴게실을 만들고 체력단련실, 미니바, 노래방 등을 만들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설계를 바꾼 덕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직원들의 각종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복지에 노력한 결과 행복지수 일등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 복지를 직접 챙기는 이유가 있나.

 “창업 초기 대기업의 공세에 눌려 고전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기업과 경쟁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우리만의 기술 개발에 올인했다. 2년여 동안 영업 인력까지 내근을 시키며 기술개발에 몰두한 덕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SAC의 차별화된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공업로는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설비다. 그러나 특성상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그에 따른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적은 에너지로 같은,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고 상대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은 적게 배출되는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세월이 갈수록 환경 친화적인 제조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했다.”

-세계 Top5 진입을 선언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공업로를 생산하는 업체가 1000여 개 정도 된다. 이 중 SAC가 9위 정도 위치에 있다. 2018년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이 정도면 Top3도 가능하다. 지금까지처럼 신기술 개발에 전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천기술은 아직 독일이나 유럽 선진국을 따라 잡기 어렵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신기술이 나오면서 원천기술은 갈수록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평소 내 집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말로만 사원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하는 게 아니다. 동생처럼, 자식처럼, 며느리처럼 사원을 여긴다면 회사도 잘 될 수밖에 없다. 회사 화장실이 내 집 화장실 보다 좋은 이유다. 2008년 세금을 너무 많이 내 돌려받은 돈으로 재단을 만들어 직원들 스스로 봉사하며 결식아동을 돕고 있다. 가족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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