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영화 만드는 놀라운 가족 '마흐말바프가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아버지,어머니 11살짜리 딸에 이르기까지 다섯명의 온 가족이 영화를 만드는 이란의 '놀라운 가족'이 부산을 찾았다.

이번 부산영화제의 특별기획〈살롬 시네마!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을 위해 찾아온 이들은 모흐센 마흐말바프의〈순수의 시간〉를 비롯,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스무살의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의〈칠판〉, 어머니 마르지예 메쉬키니의〈내가 여자가 된 날〉등 이들 가족의 영화 8편을 소개할 예정이다.

10일 오전 가진 기자회견에 앞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집을 팔고 차를 팔아 영화를 만드는 그들의 놀라운 열정과 그들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신념,'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인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1995년작 〈가베〉는 2회 부산영화제에 초청되었고, 1998년작 〈고요〉가 제3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바 있다. 10대 때 반정부 운동을 하면서 4년 반의 수감생활을 경험하기도 한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문화적,예술적 혁명을 택하게 됐고, 80년대 초반 작가로 출발했으나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위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영화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소개했다.

올해 스무살의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두번째 작품 〈칠판〉으로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칠판〉과 함께 그녀의 데뷔작 〈사과〉가 상영될 예정이다. 19살의 아들 메이삼 마흐말바프는 〈사미라는 '칠판'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다른 가족들의 영화에 편집과 스틸 사진 촬영을 맡기도 했다. 어머니 마르지예 메쉬키니는 큰 딸인 사미라보다 늦게 영화에 입문, 장편 데뷔작〈내가 여자가 된 날〉을 찍었다. 11살의 막내딸 하나 마흐말바프는 26분짜리 비디오 필름 〈이모가 아팠던 날〉을 이번에 소개할 예정이다.

1996년에 찎은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영화 〈순수의 시간〉이 이란 당국의 검열로 가위질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온 가족이 집을 팔아 투자비를 상환하고 필름을 지킬 정도로 이들 가족의 영화 사랑은 대단하다.영화인의 재산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이가족에 대한 첫 인상은 오직 영화 하나만을 위해 살고 있는 씩씩한 가족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들의 신념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질문에 초지일관 영화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신념을 강조하는 모습이 가족이라기보다 하나의 '영화운동집단'을 보는 듯했다.

-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스스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미라 마흐말바프: 5년전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우리 가족이 어떤 가족인가'를 깨닫게 된 순간 영화감독이 되길 결심했던 것 같다. 일상적 생활이 항상 영화와 연결돼 있었고 양쪽 부모님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 이번에 상영되는〈민주주의의 실험〉과 관련해서 이란 내 표현의 자유와 마흐말바프 영화학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모흐센 마흐말바프: 최근 이란내 민주주의 사정이 조금 나아지고 그로 인해 검열 역시 완화됐으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실험〉은 카메라를 누구나 용이하게 쓸 수 있는 펜으로 전환시켜 보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총선과 투표 없이 정권을 잡는 것과 특정인만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비교하면서 디지털이나 핸디캠을 가지고 누구나 영화를 만드는 민주주의적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한 영화학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학교와 성격이 다르다.운영기금은 가족의 재산을 하나씩 처분해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고 그것을 다시 되팔고하는 형식으로 마련한다. (가족들을 가리키며)여기있는 학생들은 수업료도 내지 않는 나쁜 학생들이다.(웃음)

-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족들간의 예술적 교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마르지예 메쉬키니: 지금까지 그러한 교류들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신들의 일로 각자 바쁘기 때문에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이번 부산에서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났다. 나는 시카고에서 모흐센은 후속작품의 장소 헌팅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산에 왔다.

- 가족의 영화 외적인 생활이 궁금하다.

하나 마흐말바프: 우리 가족에게는 영화 자체가 놀이고 일상이다. 〈이모가 아팠던 날〉을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온 가족이 영화라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나쁜 점은.

메이삼 마흐말바프: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서로 도와가면서 작업한다.
모흐센 마프말바프: 영화학교에서 맨 처음 영화를 찍은 것은 하나였는데 사미라가 35mm로 영화를 찍어 유명해지자 하나가 샘을 내며 투정을 부린 적은 있다.(웃음)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인간의 삶을 양떼에 비유하며 "사람들은 무리를 이탈하는 양을 쫓아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우리 가족이 보통 사람들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양떼가 되길 바란다"며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11일 3시에는 마프말바프 가족의 핸드 프린팅이 PIFF광장에서 마련되어 있고 5시에는 마흐말바프 가족과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대영극장에는 메이삼 마흐말바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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