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PIFF 광장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피프광장 스케치

이제 PIFF도 중반에 이른 5일째, 화창한 날씨로 시작한 하루. 한낮에는 좀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 탓인지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진 모습.

이날도 어김없이 PIFF 광장의 입구에는 '싱싱한 젊은이들'이 브레이크 댄스 공연으로 방문객들을 향해 열정적인 인사를 건냈다.

PIFF의 첫 상영시간인 오전 11시엔 비교적 한가한 모습. 이 날 첫 상영 시간대에 상영관을 찾는 사람들 중엔 부산이 아닌 외지에서 온사람들의 모습이 많아 보인다.

부산 사람들 중 오전에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첫째, 직장이나 학교를 땡땡이 친 사람들. 둘째, 직업이 없는 사람들(요즘 직업은 없지만 의외로 돈은 많은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등이다.

반면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의 경우는, 영화제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내거나(매니아들 중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 젊은이들의 경우 연인이나 친구들과 무작정 영화의 바다에 빠져보기 위해 방문한 이들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오전에서 오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좋은 걸요

PIFF의 극장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날 점심시간때 쯤 각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남자인 관계로 여자 화장실엔 갈 수 없어 유감이다. 여자 화장실은 프레스 카드도 통하지 않으니)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 젊은이를 발견했다.

서울서 오셨냐고 물으니 쑥스러운듯 "그렇다"고. 영화는 많이 보셨냐고 물으니 "어제, 4편 봤어요"라며 "오늘도 표만 구해지면 많이 볼 거예요."라며 하얀 치약을 입가로 흘리며 웃는다.

'어제 영화 4편보고 친구들과 한잔 걸치고 늦잠을 자, 이를 못닦아 지금 닦는다'고. 이번이 PIFF 세번째 방문인데 앞으로도 계속 방문할 계획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짖는다.

강행군(?)에 피곤하지 않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래도 좋은 걸요."라며 노랗게 물들인 머리의 핸섬한 이 젊은이가 부러워보이는건 왜일까?

새벽 다섯시까지 마셨어요

어느 행사든 일반인들이 타는 엘리베이터와 관계자나 귀빈들이 타는 곳은 구분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날(참고로 기자는 상황에 따라 선택한다.) 오후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상영관을 둘러본 후 관계자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옆에 왠 노신사.

근데 낯이 익다 싶어 한번 더 보니 김동호 집행위원장이었다. 이거 봉잡았네 싶어, 인사를 건네고 안색을 살피니 무척이나 피곤한 모습이다.

"위원장님 피곤하시죠."라고 말을 건네니 아휴 "어제 새벽 다섯시 까지 네덜란드에서 온 관계자들과 위스키를 마셨어요"라며 "세 병은 넘게 마셨지. 그 친구들 덩치들이 거인들이라 술도 잘마시더라구."라며 웃었다.

"술이라면 위원장님도 대단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라고 슬쩍 물으니 "아이고, 이젠 나이도 있고, 그나저나 폐막때까지 계속 술마셔야 하는데."라며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김위원장의 뒷모습에서 PIFF 의 국제적인 성공을 읽을 수 있었다.

아저씨, 인터뷰 좀 해주세요

해가 진 저녁 PIFF 거리의 인파 속에 방송장비를 둘러멘 교복군단이 나타났다. 광장 한구석에 짐을 부리고 장비를 하나 둘 점검하더니 자기들끼리 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의 복장도 다듬어 주고 노트를 들고 대사를 외는 주절주절 하는 모습들이 귀여워 다가가 보았다.

그들 앞에 서는 순간 팔을 잡더니 "아저씨, 인터뷰 좀 해주세요?"라는 요구를 한다. 취재하러 왔다가 잘못하면 본전도 못뽑을 것 같아 인터뷰는 사양하고 대신 학생들이 인터뷰할 수 있도록 자원 봉사자들을 소개해주고 위기를 벗어 났다.

이들은 부산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학생들로 12월에 있을 학예회를 위해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볼 때는 쉬워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게 보통일이 아닌것 같다. 이러다간 '예상인원'도 못 채우겠다"며, 옆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다시 한번 "아저씨, 인터뷰 좀 해주세요?"라며 다가오길래 바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비싸서 그런가봐

PIFF광장에 거리의 화가들이 등장했다. 처음엔 두명 잠시 후 다시 두명이 합류해 네 명의 화가들이 나란히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하다. 긴머리에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그들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들지만 정작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사람은 흔치가 않다.

사람들이 화가들에게 다가와 건네는 첫 번째 말은 "아저씨, 얼마예요?". 2만원이란 말에 대부분 고개만 가로젖고 발걸음을 돌린다.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자 4명의 화가중 한 사람이 "왜들 그러지?"라며 옆의 화가에게 묻자 "비싸서 그런가봐."라며 실없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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