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새로운 물결 '뉴커런츠' 작품 소개

중앙일보

입력

9일 오전 피닉스 호텔에서 가졌던 뉴커런츠 기자회견(1)
에 참가한〈플라디 랩소디〉의 우미선(대만)
감독,〈인터뷰〉의 변혁(한국)
감독, 〈해바라기〉의 유키시다 이사모(일본)
감독,〈종이〉의 딩 지안첸(중국)
감독들의 작품들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번 뉴커런츠 기자에 참가한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아시아의 영화 미래가 밝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종이〉 -딩 지안첸 감독(Ding Jiancheng, 중국)

"삶은 한 조각의 종이처럼 나약한 것이다"는 감독 딩 지안쳉의 인생관이 영화시(映畵詩,Cine-Poem)
스타일로 반영된 작품이다.

문화혁명기간중인 70년대 중반, 중국 동남부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사는 한 청년은 우연히 길거리의 벽보를 모아 종이공예 작품을 만드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그의 평생에 깊은 상처를 남겼던 딸의 죽음과 종이공예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그리고 노인의 딸은 청년의 꿈과 환상속에 등장한다. 딩 지안쳉은 우리가 일상생활속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종이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인의 독특한 생활과 풍습이 바탕이 되어 있기는 하다. (중국 특유의 종이 공예 양식과 장례식에 사용되는 종이모형 등)
.

하지만 그러한 특정한 지역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종이를 매개로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관념은 매우 보편적이며, 또 철학적이다. 딩 지안쳉은 청년이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하는 계기들(노인과의 만남이나, 꿈과 환상속에서 만나는 노인의 딸, 종이모형의 의미 등)
을 매우 정적인 스타일로 처리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관객은 청년에게 전이된 노인의 아픈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해바라기〉-이사오 유키사다(Isao Yukisada, 일본)

이와이 슈운지의 조감독 출신인 이사오 유키사다 의 두번째 작품. 섬세한 심리묘사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는 〈러브레터〉와 닮아있지만, 이사오 유키사다는 그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촌마을이 고향인 테루아키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뉴스를 통해 낚시배 전복사고로 사망한 이들 명단중에 초등학교 동창생인 토모미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동창생들과 함께 그녀의 장례식에 참가하여,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바로 그녀의 첫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밤중에 그의 앞에 토모미가 나타나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언덕으로 그를 안내한다. 이사오 유키사다는 인간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며, 특히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는 한 인간의 평생의 삶을 좌우할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그러한 사실을 동창들은 서로 자신들의 그녀에 관한 기억의 파편들을 조각맞추면서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사실 삶이란 어느 한순간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진실을 인간은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는데에 있는 것이다.

〈인터뷰〉- 변혁 감독(한국)

은석은 보통사람의 사랑의 경험들을 인터뷰해서 다큐멘터리로 만들고자 한다. 작업 도중 그는 평범함 미용보조원 영희의 인터뷰를 시도한다.

영희는 은석에게 군대 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한다. 은석은 그녀가 남자친구를 면회하는 장면을 찍기로 한다. 그런데 이후 영희는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다. 영화는 1년 전의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것은 영화 공부를 하던 은석과 발레리나 영희의 첫 만남이다. 이제 서울에서의 인터뷰는 새로운 모습을 전개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가 발명된 이후 최초의 분류틀은 아마도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에 놓였을 것이다.

그 경계는 너무도 명확해서 한동안 누구도 두 영역의 차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루이 푀이야드의 시대부터,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고다르에서 키아로스타미까지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늘 행해졌다. 변혁 감독 역시 그 전통위에 '인터뷰'를 축조해간다.

이정재와 심은하라는 스타들과 함께 주류 영화권에서 제작되면서 두 영역의 부딪침은 더 치열하게 되었다. 결국 감독은 진실한 픽션과 거짓 다큐멘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플라피 랩소디〉 - 우미선 감독(MI-SEN WU,대만)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바람둥이 체코 의사가 소련 침공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체의 탐닉에 빠져드는 설정처럼 플라피 랩소디의 주인공 완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일자리 찾기와 섹스, 또는 사기를 치거나 빈둥거리면서 견뎌낸다.

30살이 다 된 의대 중퇴생인 완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신비로운 여고생 미우미우를 만나게 된다. 견딜 수 없이 무거운 삶의 고통을 다소 가볍고 덧없는 솜털로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자아를 발견해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완은 나는 실제의 나를 던져 버리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갈증을 느끼며 많은 물을 마신다. 매일 나는 계속해서 내 자신을 삼키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 각각의 프레임은 다양한 음악과 시적인 대사, 풍부한 빛의 노출, 점프컷, 그리고 페어드 기법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사람의 가벼움과 덧없음을 표현한다. 플라피 랩소디는 강렬한 환상을 통해 일상의 평범함과 진부함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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