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다이에 우승=왕정치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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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랬지만 올시즌 역시 다이에의 우승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올시즌 다이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작년보다 떨어지는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퍼시픽리그를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새천년 다이에는 99년 퍼시픽리그 MVP였던 에이스 구도가 나간데다 특별한 전력보강도 없었다. 반면 세이부 등, 다른 팀들은 시즌전 많은 전력강화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때 다이에를 압도하는 전력을 구성했다.

하지만 올해도 승자는 다이에였다. 올시즌 다이에는 작년보다 못한 전력으로 작년보다 업그레이드해서 나온 라이벌팀들을 또다시 이겼다. 무엇이 다이에를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다이에 리그 2연패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왕정치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왕정치 다이에'는 세이부처럼 마운드가 막강한 것도 아니고, 니혼햄처럼 폭발적인 타선을 가지고 있는 팀도 아니다.

하지만 왕정치 감독은 고만고만한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다이에를 조직력의 팀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다이에가 왕정치의 용병술로 만들어진 조직력의 팀이란건 올시즌 투타 모든 기록에서 입증된다.

먼저 투수진에서 다이에는 우승을 결정지은 지금까지 팀내 10승 투수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10승 투수 한명없이 우승을 이뤄냈다는 뜻이다. 작년에는 구도 기미야스라는 경험 많고 믿음직한 에이스가 있었지만 구도가 떠난 올시즌 다이에엔 이렇다할 에이스없이 젊은 투수들로 시즌을 이끌어왔다.

그럼에도 73승이나 거두고 우승을 할 수 있었던건 왕정치 감독의 뛰어난 투수운용능력 덕분이었다. 올시즌 비록 다이에는 선발투수들이 외형적으론 별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팀 방어율은 리그 2위(3.97)였다.

이는 선발진의 취약함을 불펜진이 메꾸어 주었다는 뜻이다. 퍼시픽리그 세이브 1위(35s)인 페드라자를 중심으로 시노하라(9승2s),와타나베(6승),요시다(9승1s)등이 포진하고 있는 불펜진은 왕정치 감독도 말했듯이 올시즌 다이에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이런 강한 불펜이 있었기에 올시즌 다이에는 이겨야 할 경기, 박빙의 승부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시즌내내 비교적 안정된 마운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불펜진이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왕정치 감독이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투수교체 타이밍을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공격에서도 왕정치 감독은 타자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요미우리가 거포들로 무장한 홈런포 군단이고, 요코하마가 정확한 교타자가 즐비한 기관총 타선이라면 다이에 타선은 이 중간쯤되는 중거리포 타선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치로나 마쓰이같은 확실한 타자는 없지만, 왕정치 감독은 마쓰나가,고쿠보,조지마의 중량감있는 중심타선에, 톱타자엔 시바하라를 배치했고, 하위타선에는 통산 2,000안타에 빛나는 노장 아키야먀를 포진시킴으로써 다이에 타선에 짜임새를 주었다.

또 하위타선이 약하고 믿을만한 용병타자가 없다는 단점을 왕정치 감독은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그렇기에 올시즌 다이에 경기를 보면 유난히 득점 응집력이 강했고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이 탁월했던 것을 시즌내내 볼 수 있었다.

또 다이에 타자들은 경기상황에 맞춰 때에 따라서 홈런으로, 집중타로, 또 어쩔땐 작전으로 점수를 뽑아내는 등 득점루트가 다양했던 것도 올시즌 우승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올시즌 다이에는 10월 5일까지 퍼시픽리그 팀타격(0.269),팀득점(613점),팀홈런(123개)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올시즌 다이에는 객관적으로 봤을때 분명 우승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에는 보란듯이 시즌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2년연속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기록이 말해주듯 다이에의 2연패는 어느 특정선수의 활약으로 이루어진게 아니었다. 투타에서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똘똘뭉쳐서 만들어낸 조직력의 승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승리의 중심엔 언제나 왕정치란 탁월한 전략가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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