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에 문 닫아! "맞벌이 부부 어쩌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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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통합당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영업을 ‘오후 9시에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한명숙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기(氣) 살리기 3대 전략과 10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4·11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곧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익명을 원한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오후 9시 이후에 문을 닫으라는 건 맞벌이 부부의 생활을 제한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7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강제휴업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대형마트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연말 국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는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업시간 제한 범위는 0시~오전 8시, 의무 휴업일 범위는 매월 1~2일이다. 지난달 전주시 의회가 처음으로 영업시간 제한 조례를 통과시켰고, 다른 지자체들도 속속 규제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지난 10일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도시엔 신규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추진키로 했고, 이날 민주통합당이 더 강력한 ‘피크타임 영업 제한’을 들고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오후 9시 이후 문을 여는 재래시장은 남대문시장밖에 없다”며 “마트에 납품하는 농민과 입점 중소상인들, 마트에 고용된 직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는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중소상인과 서민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언제부터 서민의 삶을 그렇게 생각해 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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