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무슨짓을 했기에 '20억'씩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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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롯데마트는 전국 39개 지점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료를 아끼고 향후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롯데마트 옥상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바로 태양광 발전 설비(집열판)다. 설비를 갖춘 이유? 간단하다. 유통업 특성상 전기 사용량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 일부를 환경오염이 없는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전국 39개 롯데마트 지점 옥상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한전으로 모두 보내고, 한전에서는 그 발전량만큼을 감해 롯데마트에 전기료를 물린다. 해당 점포에서 소비하는 연간 소비량의 1% 수준으로, 전기료로 따지면 20여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

 롯데마트 김종인 전략본부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전기료 몇 푼 아끼자고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발전시설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230억원으로 당장 낼 전기료와 비교하면 남는 장사는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향후 온실가스 규제나 탄소배출권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성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에게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태양광 발전설비를 시도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2009년 평택점을 열면서 처음으로 매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췄다. 이후 2009년에만 13곳, 2010년 25곳으로 계속 늘려 현재 모두 39곳으로 늘어났다. 전국 롯데마트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연간 발전량은 475kW에 달한다. 이는 173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또 석탄에너지를 사용했다면 뿜어져나올 이산화탄소(CO2) 양으로 환산하면 연간 2015t으로, 소나무 72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국내의 많은 태양광 발전소가 거대한 땅 위에 별도로 세워지지만, 롯데마트는 어차피 빈 공간인 매장 주차장 옥상 위에 설치해 개발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롯데마트는 이 밖에도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녹색경영 면에서 한발 앞선 행보를 보여왔다. 각 가정에서 전기나 수도·가스 사용량을 줄이면 롯데마트에서 돈처럼 쓸 수 있는 ‘에코머니’를 지급받는 그린카드를 전점에 적용하고 있다. 또 중소 협력사에 친환경 시스템과 기술을 이전해 주는 녹색 동반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은 “지속적으로 녹색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기업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를 할 수 있는 녹색매장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런 녹색경영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앙일보가 기업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에프앤가이드와 함께 평가한 ‘그린랭킹’에서 ‘소비자 및 상업서비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업종별이 아닌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권(16위)을 기록했다.

태양광 집열판

빛을 모아 전기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 태양광 설비. 집광판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고정형이다. 반면에 롯데마트는 태양의 높이와 방향에 따라 집열판이 상하 45도가량 이동하는 ‘추적형 설비’를 도입했다. 태양광발전소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곳보다는 선선한 곳이 더 적합하다. 25도 이상 온도가 오르면 모듈의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선 태양광발전소가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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