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겨’ 뽑힌 주장 곽태휘 축구대표팀 한마음 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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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잘생긴’ 주장 곽태휘(31·사진)는 21일 주장으로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마음’이란 단어를 세 번이나 썼다.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은 뒤 첫 주장이 된 그는 “개개인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축구대표팀 주장의 필수 덕목은 ‘카리스마’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주장을 맡은 김남일은 “선수들 군기를 확실히 잡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남일이 탈장 증세로 대표팀을 비운 사이 주장 완장을 찬 이운재 역시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2007년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주장의 역할은 조금씩 달라졌다. 2008년 10월, 27세의 박지성이 주장이 된 것이 계기였다. 그가 주장으로서 처음 한 일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흥겨운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밝은 분위기를 원하는 선수들의 의견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가 그의 역할이었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굳이 자신이 말을 하거나 행동하지 않더라도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조광래 감독 부임 후 최연소 주장(26세)이 된 박주영 역시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신감 있는 행동으로 팀원들을 통솔했다.

 최강희 감독은 곽태휘를 주장으로 임명한 뒤 “잘생겨서 뽑았다”는 농담을 던졌다. 최 감독은 이어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전 대표팀에서는 주전과 비주전이 확고하게 나뉘어 선수들이 서로 반목하는 상황이 있었던 걸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실 곽태휘 역시 박지성이나 박주영처럼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다만 유럽에서 뛰는 ‘양박’에 비해 백그라운드가 화려하지 않고, 축구를 늦게 시작해 오랜 무명 시절도 거쳤다. 눈을 다쳐 실명 위기에 빠진 적도 있다. 따라서 곽태휘에게는 베테랑과 신예,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곽태휘는 “선수들끼리 대표팀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특별히 뭔가를 하기보다는 묵묵하게 솔선수범하겠다. 선수들 사이의 가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영암=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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