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영수회담 '경제 촉매'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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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주간이다. 의학상(한국시간 9일), 물리.화학상(10일), 경제상(11일), 평화상(13일)….

20세기가 물리학(상대성이론과 양자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생명과학의 세기라고들 한다. 그런 변화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질조직의 상(相)변태, 지놈(인간유전체 해독), 복잡계 연구 등.

그러나 세인들은 이런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여러 과학적 성과 가운데 가장 인류에 기여도가 클 것으로 보이는 업적을 골라주는 노벨상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큰 흐름을 노벨상을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나라에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경제.정치.사회문제를 이런 과학현상과 대비해 보면 적지 않은 유사성이 발견된다.

과학현상의 기조에 있는 관성(Inertia)과 운동(Momentum)의 대결 구조가 우리 사회현상에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의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간 일이나,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이 지루하게 끌리고 있는 현상, 계속되는 의료계의 파업, 폐색정국 등에는 어김없이 관성(제자리에 머물려는 힘)과 운동(밀고 나가려는 힘)의 역학이 자리잡고 있다.

화학 반응은 물론 사회현상에 있어서도 관성의 벽을 넘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선 '촉매' 의 역할이 중시된다.

이렇게 볼 때 이번주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난맥상을 풀어줄 몇가지 촉매가 있을 것 같다.

먼저 폐색정국을 돌파할 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영수회담(9일), 국회 정상화(9일), 이번주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구성, 대우자동차의 새 인수제의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료분쟁도 가닥이 잡힐 것 같다.

지난주 대통령이 전직 경제부총리들과 경제난국 타파를 위한 간담회를 갖는 등 포괄적인 직접 챙기기가 일단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책결정 과정의 핵심을 이루는 정(政).관(官).재(財)계의 무너진 밸런스를 어떻게 되찾느냐는 것이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치력의 발동을 꼽는다.

정책 실무자들에게 책임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힘을 줘 일을 신속히 추진,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창 어려웠을 때 폴 볼커전 미연방준비이사회(FRB)의장에게 힘을 실어줘 정치논리와 민간의 이익우선 논리에 맞서 '공적(公的)인 대의(大義)' 를 실천하게 했다거나, 그 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을 믿고 이데올로기에 흔들리지 않는 현실주의를 끌고 나가게 한 점은 귀감거리다. 모멘텀이 살아나는 이번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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