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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한명숙에 공개 경고? 발표 성명서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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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천 전쟁, 민주당 풍경 2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는 한명숙 대표에게 한 예비후보가 말을 걸려 하자 당직자가 제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혁통) 상임대표단이 20일 민주통합당의 공천 혁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①신진세력과 정치 신인들을 적극 배려하고 현역 의원을 과감히 교체하라 ②정체성 중시 원칙을 반드시 관철하라 ③도덕성 기준을 명확히 하라. 불법·비리 전력 후보들에게 온정을 베풀지 말고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사실관계 확인 후 배제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성명은 야권의 막후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 전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꺼려온 이 전 총리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총선을 약 50일 앞두고 공천 심사가 한창인 예민한 상황에서 이 전 총리가 ‘막후’에서 ‘막전’으로 등장한 것은 그만큼 공천 심사 과정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얘기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명서 3번 항목(“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더라도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 없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대표의 핵심 측근인 임종석 사무총장 등에 대해선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 크게 본다면 정치자금법과 뇌물수수 사건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한명숙 대표를 직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성명서는 한 대표 체제에 대한 이 전 총리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측근인 오종식 전 당 대변인도 “성명서 주장대로라면 임 총장이 거론될 수밖에 없고 그를 임명한 사람이 한 대표라는 점에서, 한 대표에게 부담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이 전 총리는 줄곧 한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멘토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이 전 총리가 한 대표 주도로 이뤄지는 작업에 브레이크를 거는 동시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것이다.

 성명서 발표 이전 이 전 총리와 한 대표 사이에는 간극을 느끼게 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한 대표가 사무총장을 포함한 당직자 인선과 총선기획단 인선 등에서 ‘이화여대+486세대’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한 데 이어 공심위 구성에서 혁통이 중심이 된 옛 시민통합당 세력을 제외하자 문성근 최고위원은 당무를 거부하며 반발했었다. 한 대표는 당시 이 전 총리를 직접 찾아가 “문 최고위원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전 총리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양한 계파의 공천 경쟁으로 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훈수성 경고’를 하고 나오자 당 최고위회의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회의에서 문성근 최고위원은 혁통의 성명서를 읽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하자 옛 민주당 출신의 한 최고위원은 이 전 총리가 주도하는 혁통을 겨냥해 “점령군이 따로 없다. 당을 한 가지 색깔로 운영하자는 거냐”고 비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 대표는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었다고 한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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