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G2의 자신감 보여준 4박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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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주석(가운데)이 17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LA 갤럭시 소속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LA 레이커스 소속 미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선물받고 있다. 시 부주석은 이날 LA 레이커스와 피닉스 선스의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티셔츠를 들고 있는 사람은 은퇴한 농구스타 매직 존슨이다. [로스앤젤레스 신화=연합뉴스]

“개방적이고 자신감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가 19일 내놓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에 대한 총평이다. 중국 언론이 자국 지도자의 미국 방문에 대해 ‘자신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시 부주석 자신도 이번 미국 방문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4박5일 일정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17일(현지시간) 다음 방문국인 아일랜드로 향했다.

 시 부주석은 직·간접 화법을 섞어가며 자신감을 선보였다. 방미 기간 중 시 부주석이 가장 많이 쓴 말은 ‘상호 존중과 양국 협력’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양국은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협력과 관련해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거나 “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감히 묻는다면, 길은 발 아래에 있네(敢問路在何方,路在脚下)”라는 등 은유적 표현을 써가며 중국 입장을 전했다. 미국과 중국을 태평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으로 비유한 점도 양국의 위상과 협력을 강조한 간접표현으로 보인다.

 강한 직접화법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중경제위원회(USCBC) 주최 오찬 연설에서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서로가 핵심 이익(core interests)을 존중하면 양국관계는 매끄럽게 발전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대만과 티베트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거론하면서 “미국이 대만과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존중해 두 지역 독립을 반대하고 관련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또 무역불균형 등 경제 이슈와 관련해 그는 ‘미국 책임론’을 들어 공세를 취했다. 그는 “무역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경제 정책과 구조를 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첨단기술 제품 수출 제한을 해제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 같은 중국의 자신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무부 관리들도 시 부주석의 자신감을 인정하고 앞으로 양국 협력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중국 국내 정적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시 부주석이 시종일관 자신감으로 미국을 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취싱(曲星) 소장은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소득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양국은 물론 국제문제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국제적으로 선언한 점”이라며 “그러나 양국의 입장 차이가 적지 않아 앞으로 협상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지방을 방문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측면은 시 부주석의 권력 위상이 확고함을 보여줬다는 시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 중 말말말

● “ 미국이 중국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길 희망한다.”(미국 전직 고위관리들 면담)

● “ 중·미 사이에는 이견보다 이익이 훨씬 더 많다.”(미 하원의장 면담)

● “ 어느 나라든 인권문제는 다 있는 것이고,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미 국무부 오찬)

● “ 값싸고 질 좋은 중국 제품이 미국 구매력을 높이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행복하게 했다.”(LA 미·중 경제포럼)

● “ (중·미가) 서로 이해도를 높이고, 이견은 줄이며, 서로 귀감을 삼으며, 함께 앞으로 나가자.”(조 바이든 미 부통령 면담)

● “ 지금까지 누구도 해본 적이 없으니 우리가 중·미 관계를 잘 만들어가자.”(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면담)

● “ 농업 협력이 중·미 관계 강화와 심화에 중요하다.”(미·중 농업연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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