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한 우물 파는 백영주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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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리 2개 만들고 대회마다 도전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학과 관련된 체험·대회라면 뭐든지 참가했죠.” 백영주(서울 잠신고 2?사진)양은 수년간 과학을 주제로 꾸준히 한 우물만 팠다. 친구들 사이에선 ‘과학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 대신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된 잠신고로 지원했을 정도다. 고교에 입학한 뒤엔 해마다 서울학생탐구발표대회 특상과 서울특별시 과학전람회 우수상등 잇따라 입상했다. 스스로 나서 과학 동아리도 두 개나 직접 신설했다. 지금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예비회원이 돼 세종대 소문수 교수(분자생물학과)와 애기장대 식물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도 백양의 과학적 열의를 인정해 지난해에 잠신고의 빛날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백양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버지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항공우주공학 박사인 아빠의 연구실을 들락거렸어요. 여러 국적의 연구원들이 함께 어울려 어려운 연구과제에 몰두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초등 5학년 때 학교장 추천으로 북부교육청 발명영재교실을 다니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설레는 마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을 정도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공부하면서 매번 새로운 이론을 배우고 싶은 도전정신이 싹텄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턴 본격적으로 청소년과학탐구발표대회·과학독후감쓰기대회 등 과학 관련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이를 눈여겨 본 중3 담임교사가 백양을 과학동아리의 회장으로 임명하고 1년간 진행되는 과학프로젝트의 학생대표를 맡겼다. 한국과학창의 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과학탐구반 과학탐구발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대부분을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열의를 쏟은 결과 ‘지구를 살리자’는 주제를 ‘루브 골드버그(복잡한 기기들을 조합해 단순한 일을 처리하는 기계 장치)’에 대입해 동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때 경험이 고교에서도 과학탐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줬다.

한 주제에서 심화 주제 찾아 연구 이어가

 고교에선 1년에 한 가지씩 과학프로젝트에 도전해 성과를 얻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인 7월말부터 대회가 열리는 8월 말까지 친구들과 한 달 동안 주 3회 이상 모여 3시간씩 협동해 연구를 진행했다. 대회 10일을 남겨두곤 매일 모여 8시간씩 마무리작업을 했다. 이렇게 만들게 된 보고서인 ‘화분의 현미경적 관찰을 통한 형태적 분류 및 토양 속 화분조사를 통한 식물상 연구’가 대상인 특상을 수상했다. 고 2가 된 지난해엔 6개월간 혼자 힘으로 서울특별시과학전람회에 제출할 논문도 준비했다.

 이런 백양의 실력 비법은 ‘심화 연계 연구학습법’이다. 한 가지 주제로 연구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나 심화해서 연구할 부분으로 범위를 좁혀 다음번에 새로 연구 주제로 사용하는 식이다. “고 1때 프로젝트 주제는 평소에 관심 있던 식물 중에서 꽃가루로 주제를 좁혔어요. 고 2때는 고1 때 연구했던 꽃가루를 더 세분화해서 송화(소나무)가루로 주제를 잡아 연구를 진행했구요.”

 시행착오도 겪었다.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의견충돌과 업무분담 등의 문제로 갈등도 빚었다. 연구 과정 중에 필요한 실험실과 자재를 고교생에게 제공하는 연구소도 찾기 힘들었다.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부 시간이 부족한 것도 고민이었다. 단기간 준비해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중학교 때와 달리 고교 내신성적은 많은 학습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 3이 되는 올해도 새로운 과학프로젝트에 도전 할 계획이다. “지난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알게 된 생체모방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생명과학이나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학과에 도전해 꾸준히 과학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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