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을 맞은 충무로에 멜로 영화 붐

중앙일보

입력

찬바람이 불면 영화는 역시 멜로가 제격이다.그래서인지 올 가을 충무로의 제작 코드는 유난히 멜로에 쏠려있다.한마디로 멜로 붐이다.

지난해 〈쉬리〉 돌풍에 이어 〈주유소 습격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액션물이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데 대한 반작용일까. 최근 사이더스 우노필름.쿠엔필름 등 주요 제작사들이 겨울을 겨냥한 멜로물 제작에 한창이다.

올 겨울 선보일 멜로물들은 〈순애보〉 〈하루〉 〈불후의 명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물〉 〈번지점프를 하다〉 〈그녀에게 잠들다〉 〈잎새〉 등 거의 10개 작품에 이른다. 이달 개봉하는 배두나의 〈청춘〉 , 이미연의 〈물고기 자리〉의 뒤를 이어 관객을 찾을 작품들이다.

시네마서비스 마케팅팀 신경은 실장은 "지난해 인기를 끈 작품들과 기획의도를 달리하다보니 멜로로 몰린 경향이 있지만 이번 작품들은 전통적인 최루성 멜로와는 달리 소재와 주제가 다양한 것이 특징" 이라고 평한다.

또 시네월드 정승혜 기획이사는 "액션은 대작에 가까워야지 흥행이 보장되지만 멜로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도 승부를 걸 수 있다" 며 "특히 이번 작품들에는 박중훈.이병헌.이정재와 이영애.전도연.고소영 등 한국 대표 스타들이 망라되어 있다" 고 말했다.

실제 1998년 〈약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잇따른 흥행 성공 이후 〈해피엔드〉 〈동감〉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멜로 화제작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12월 개봉할 이정재.다치바나 미사토의 〈순애보〉 , 고소영.이성재의 〈하루〉, 박중훈.송윤아의 〈불후의 명작〉은 각기 개성적인 멜로를 표방한다.

한.일 합작으로 이미 화제를 모은 〈순애보〉는 서울과 도쿄를 배경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감각적인 영상이 기대된다.

한지승 감독의 〈하루〉는 기존 연애담을 탈피, 사랑하는 젊은 부부가 하루만 살 수 있는 아이를 가진 뒤 나누는 애틋함에 무게를 뒀고 〈불후의 명작〉은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사랑의 희망을 코믹 터치로 그려낸다.박중훈이 오랜 만에 웃음이 있는 멜로 연기를 펼친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이병헌.이은주 주연의 〈번지 점프를 하다〉는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작품들로 최근 한창 인기와 연기면에서 물이 오른 전도연과 이병헌이 각각 주연을 맡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나도 아내가…〉는 은행원과 보습학원 강사인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사랑의 의미를 끄집어 내고, 〈번지 점프를 하다〉는 젊은 시절 오직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특히 〈번지…〉는 멜로 영화로는 드물게 27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특수효과를 많이 동원했다.

이밖에 〈선물〉에는 이영애.이정재가 호흡을 맞추고 〈그녀에게 잠들다〉는 〈거짓말〉의 김태연이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소재가 다르다 해도 장르가 같은 이 작품들이 올 겨울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지난 여름 공포영화들이 줄줄이 나와 잇따라 쓴잔을 마신 상황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