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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서 5차례 물어봐도 부인하던 흥국생명 선수 둘 … 경기조작 혐의 불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프로 스포츠 경기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는 “경기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현역 여자 프로배구 선수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흥국생명 소속으로 알려진 두 선수는 2010~2011년 시즌 때 브로커에게서 각각 한두 차례에 걸쳐 한번에 400만∼500만원을 받고 경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와 짜고 실수를 가장해 공을 제대로 받지 않거나 공격 때 실수한 것처럼 경기를 조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 검사는 “두 선수의 경기 조작 횟수가 적고 사례금도 많지 않은 등 남자 배구 선수들만큼 혐의가 중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야구 경기 조작 의혹은 추가 단서가 포착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은 격노하고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두 선수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있어서 구단 차원에서 다섯 번이나 면담했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선수들을 너무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며 “배신감이 크다. 너무 화가 나서 말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연맹 차원의 징계와 별도로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경기 조작 가담 혐의가 포착된 다른 여자배구단과 남자배구단 선수를 차례로 소환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말 구속한 전직 KEPCO 선수 염모(30)씨와 브로커 강모(29)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프로축구 조작엔 중국인 브로커 개입=지난해 창원지검이 수사한 프로축구 K-리그 승부 조작 사건에 중국인이 개입했을 거라는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16일 창원지법이 공개한 전 국가대표 최성국(29) 선수의 판결문을 보면 최 선수가 전주(錢主)가 있던 호텔 방에 불려가 승부 조작을 강요받을 때 중국말을 쓰는 사람이 함께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최 선수는 지난 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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