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경기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는 “경기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현역 여자 프로배구 선수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흥국생명 소속으로 알려진 두 선수는 2010~2011년 시즌 때 브로커에게서 각각 한두 차례에 걸쳐 한번에 400만∼500만원을 받고 경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와 짜고 실수를 가장해 공을 제대로 받지 않거나 공격 때 실수한 것처럼 경기를 조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 검사는 “두 선수의 경기 조작 횟수가 적고 사례금도 많지 않은 등 남자 배구 선수들만큼 혐의가 중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야구 경기 조작 의혹은 추가 단서가 포착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은 격노하고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두 선수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있어서 구단 차원에서 다섯 번이나 면담했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선수들을 너무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며 “배신감이 크다. 너무 화가 나서 말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연맹 차원의 징계와 별도로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경기 조작 가담 혐의가 포착된 다른 여자배구단과 남자배구단 선수를 차례로 소환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말 구속한 전직 KEPCO 선수 염모(30)씨와 브로커 강모(29)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프로축구 조작엔 중국인 브로커 개입=지난해 창원지검이 수사한 프로축구 K-리그 승부 조작 사건에 중국인이 개입했을 거라는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16일 창원지법이 공개한 전 국가대표 최성국(29) 선수의 판결문을 보면 최 선수가 전주(錢主)가 있던 호텔 방에 불려가 승부 조작을 강요받을 때 중국말을 쓰는 사람이 함께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최 선수는 지난 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