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기상 담고 선 소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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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2백여 종 분포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우리의 나무이지요. 애국가에서처럼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멋진 나무입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전 세계에 2백여 종이 있습니다. 주로 북반구에서 자라고 있으며 침엽의 상록수입니다. 이 소나무과에는 전나무속, 가문비나무속, 잎갈나무속, 개입갈나무속(히말라야시다속), 소나무속이 포함되지요. 여기서는 소나무속에 속하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 의연키도 하여라
한겨울
작은 솔씨 하나
너럭바위 사이를 힘차게 뚫고
독야청청(獨也靑靑)
늘푸른 소나무로
우뚝
서 있으니.
-박문재, 〈금강굴 소나무〉에서

상록 침엽수인 소나무의 특징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소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 없이 늘푸른 나무이며,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로 벼랑 끝에 홀로 독야청청 서 있는 소나무를 노래한 시인의 마음이 드러나 보입니다.

소나무속에는 북아프리카, 서인도 등 북반구 지역에 약 1백 종이 속합니다. 상록의 침엽수이며, 날카로운 잎의 단면은 삼각형이거나 반달 모양을 가집니다. 이 소나무속에는 방크스소나무(짧은잎소나무), 백송(흰소나무), 남북송, 금송, 여복송, 처진솔, 반송(삿갓솔), 은송, 금강소나무, 잣나무, 섬잣나무, 눈잣나무, 리기다소나무, 풍겐스소나무,스트로브잣나무, 구주소나무, 만주흑송, 테에다소나무, 해송, 흑반송 등이 있지요.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육송'으로도 불리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의 잎은 마디 사이가 짧은 단지(短枝) 위에 2개씩 나고 잎의 길이는 약 8센티미터 정도이죠. 꽃은 암수 한그루이며, 송화(松花)라고도 하는 소나무의 꽃은 자색으로 5월께 피어나며, 솔방울로 통하는 열매는 꽃이 핀 다음해의 9,10월에 맺습니다.

워낙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가지각색이어서 소나무의 모습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나무껍질이 회백색인 것은 백송(白松), 잎이 황금색인 것이 금송(金松), 나무 줄기의 아랫부분에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 나는 반송(盤松), 잎에 흰색이나 황금색 줄이 있으면 은송(銀松), 바다에서 자라는 해송(海松), 건축자재로 이름 높은 금강소나무(춘양목) 등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김새도 무척 다릅니다. 특이한 것은 가느다란 가지가 능수버들처럼 아래쪽으로 축 늘어진 모양의 소나무로, 경상북도 운문사와 청도에 있는 '처진솔'로, 이들은 각각 천연기념물 180호, 295호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소나무의 여러 이름들

소나무는 한자로 송(松)이라 쓰는데, 여기에는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진시황이 궁녀들을 데리고 나섰던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게 됐답니다. 들녘 한벌판에서 비를 피할 수 없어 우왕좌왕하는데, 가지가 무성해 넉넉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넓게 펴서 쳐들었어요. 마치 비를 피할 수 있는 큰 우산의 모양을 하고 사람들에게 비를 피할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거지요. 이때 진시황은 그 나무 아래에서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머무르며 비를 피할 수 있었지요.

그 뒤 진시황은 그 나무에게 '공작(公爵)'이라는 칭호를 내려주었답니다. 벼슬을 가지게 된 나무가 된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의 이름을 붙이기를, 나무 목(木)자와 벼슬 이름인 공(公)자를 합쳐 송(松)이라 했답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전하기도 합니다. 벼슬을 내린 것까지는 같은데, 소나무에 내린 벼슬이 공작이 아니라 오대부라는 벼슬이라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벼슬을 내릴 만큼 귀한 나무라는 것만큼은 서로 통하는 이야기지이죠.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오지요. 바로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입니다. 정이품송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아시는 이야기로, 1464년 세조가 가마를 타고 행차를 하는데, 앞에 큰 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서 진행이 어려웠다지요. 그때 길을 가로막고 있던 이 소나무가 가지를 높이 들고 세조의 행차 길을 열어주었다는 겁니다. 그러자 세조는 이 소나무에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내린 거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와 관련한 추측도 함께 전해옵니다. 실제로 정이품송이 세조를 알아보고 팔을 들어주었겠느냐 하는 겁니다. 만일 팔을 들어준 일도 없다면, 굳이 나무에 정이품이라는 높은 벼슬을 내린 까닭은 무엇이겠느냐는 거죠. 그걸 당시 치산치수(治山治水)를 강조, 소나무를 귀하게 여기던 조정에서 소나무는 벼슬까지도 받는 신령스런 나무라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백성들이 소나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입니다. 벼슬까지 받아 귀하게 자라온 이 정이품송도 한때 솔잎흑파리로 고생을 많이 했었지요.

정이품송은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됐습니다. 정이품송이라는 벼슬을 얻은 게 벌써 540년 전 이야기이니, 이 나무는 적어도 650살은 충분히 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나무 높이가 15미터가 넘고,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는 4.7미터 규모이지요. 가지는 지름 약 20미터 규모의 넓이까지 퍼져 있는 큰 나무입니다.

소나무를 우리 말로는 '솔'이라고 부릅니다. '솔'은 '수리'라는 말이 변한 것으로, 으뜸이 되는 나무, 나무 중의 나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소나무의 기품이 군자에 이른다 하여, 소나무를 '군자목'이라고도 부르지요.

우리나라에는 약 6천년 전 쯤에 소나무가 처음 자라기 시작해서 약 3천년 전쯤부터는 전국 각지로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소나무는 군자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고려시대의 보우국사는 "소나무는 초목 가운데 군자이고,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 가운데 군자"라고 했지요.

〈다음 호에 '소나무 이야기' 계속됩니다.〉

고규홍(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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