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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간 이야기 할머니 동심과 함께하니 젊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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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린이를 무릎에 앉히고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유치원 등 전국 2000여 곳에서 이야기 할머니 파견을 요청했지만 인원이 절대 부족한 상태다. 성혜선 이야기 할머니가 서울 도원유치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고마세요.” ‘고맙습니다’란 의미의 이 말은 7년 전 네 살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외손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나는 지금 이 말을 한국국학진흥원에 하고 싶다. 하나밖에 없던 외손자를 잃고 상실감에 빠져 나는 노인 우울증에 걸렸던 것같다. 하지만 이야기 할머니가 된 이후 나는 삶에 의문을 품지 않게 됐다. 요즘 아이들을 만나러 유치원에 갈 때면 이야기 할머니가 왔다며 치마 꼬리를 잡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떠올라 즐겁기만 하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이야기 할머니 덕분에 아이들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같다고 하니 더욱 힘이 나고 보람과 사명감까지 느껴진다. 요즘은 남의 집 자식에겐 쉽게 말도 못 붙이는 세상인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2009년 제2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선발된 강복연(68·서울 관악구 신림3동)씨의 편지 글이다. 유치원에 자원봉사하면서 자신의 삶이 바뀐 데 대한 소감을 적은 것이다.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이 민족문화 전승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에 동참할 제4기 자원봉사 할머니를 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옛날 어른들이 손자·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하면서 인성을 교육한 전통을 되살려 조-손 세대가 소통하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야기 할머니는 국학진흥원이 펴낸 우리나라와 세계의 옛 이야기와 이황 등 선현의 이야기 등 100편을 담은 교재 『도란도란 이야기 보따리』를 바탕으로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또 옷은 대부분 한복 치마를 입는다. 그동안 이야기 할머니를 초청한 유치원은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자연스레 안기더라”며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 치마 속으로 파고드는 등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2009년 대구·경북권에서 시작돼 이듬해 영남 전역과 서울지역으로 확대됐고 지난해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300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선발됐다. 올해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600명(수도·강원권 200명, 충청·전라권 200명, 영남권 200명)을 뽑을 예정이다. 56세 이상으로 직업이 없으면서 이 일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교양 있는 여성이면 된다. 다음달 9일까지 지원서를 받으며 지원서는 국학진흥원 인성연수관 인터넷 홈페이지(www.humannityedu.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선발된 이야기 할머니는 6개월 동안 전문 양성 교육과정을 거친 뒤 거주지역의 유치원·어린이집 등에 파견돼 활동하게 된다.

 영남지역은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이야기 할머니 총 180명이 선발돼 이 가운데 162명이 양성과정을 마쳤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다시 지역 480곳 유치원 등지에서 활동하게 된다. 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팀 박동철(35) 팀장은 "최근에는 남성 어르신들이 ‘우리도 참여할 수 없느냐’며 동참을 요청해 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851-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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