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상가 그럴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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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누가 판교 상권이 대박이 날 것이라고 했나.

분당 판교권의 중심상권으로 예상됐던 판교역 일대 상가들이 수난을 맞고 있다. 아파트들은 거의 입주돼 북적대고 있지만 중심상업지구내에 들어선 상가는 고작 4개 동. 준공된 상가도 세입자가 없어 텅텅 비었다.  

현장을 가보자.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을 나와 판교신도시 방향으로 100미터쯤 가다 보면 왼쪽에 텅 빈 공터가 보인다.

신분당선 판교역이 있는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구다. 진작에 상가 건물이 들어서 사람들이 북적여야 할 곳이지만 잡초만 무성하다. 20여개 필지의 상업용지에 완공된 상가는 4개 동뿐이다. 그것도 2층 이상은 대부분 비어 있다.

판교 서쪽의 서판교 중심상업지구도 마찬가지. 왕복 6차로의 도로변에 들어서 있는 상가건물들은 1층 정도를 제외하곤 상당수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건물 외벽에 상점 간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임차인을 구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판교공원 인근의 한 상가는 1층도 채우지 못해 6개 점포 중 4개 점포가 비었다.

판교신도시 상가시장이 미분양과 공실(빈 상가)의 늪에 빠졌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주택과는 딴판이다. 좋은 입지여건과 높은 개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에 발목 잡힌 것이다.

상가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의 최근 조사 결과 동판교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4개 상가 건물의 공실률이 70.3%에 이른다. 10개 점포 중 7개 점포가 비었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찾기 쉬워 상가건물에서 가장 빨리 팔리는 1층 점포 공실률도 50% 정도다.

업무지구 테크노밸리 입주 저조

서판교 중심상업지구에 완공된 13개 상가의 공실률도 69.7%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중심상업지구 이외 지역의 크고 작은 근린상가에도 공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분양률이 20~30%인 상가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높은 분양가가 원인이다. 비싸서 잘 팔리지 않은 데다 분양 받은 주인들이 높은 분양가에 수익률를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내 서판교 중심상업지구의 한 상가건물. 비어있는 점포가 많아 가게간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동판교 중심상업지구 상가는 서울 강남역 상권과 비슷한 3.3㎡당 8000만~9000만원대에 분양됐다. 서판교 중심 상권도 최고 5000만원대에 나왔다. 동판교의 임대료는 보증금 1~2억원에 월 700만~800만원(1층 전용 33㎡ 점포 기준)이다. 이웃한 분당신도시 주요 상권의 두 배 수준이다.

판교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지하철역 하나 덩그라니 있는 허허벌판에 이 정도의 임대료를 주고 들어 올 상인이나 업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고분양가가 ‘비싼 임대료→공실→상권 활성화 저해→공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중심상업지구의 핵심 시설인 복합단지 알파돔시티 개발 지연과 첨단업무시설인 테크노밸리의 저조한 입주률도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이다”고 말했다.

중심상권 활성화가 늦어지면서 주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동판교에 사는 김민주(35·회사원)씨는 “주말에 쇼핑을 하려면 분당이나 강남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심 상권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다. 상가114 장경철 이사는 “알파돔시티 등이 개발돼 유동인구가 더욱 늘어나야 상권 활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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