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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FTA로 보수결집 전략 … 민주당은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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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감동 인물 찾기’ 프로그램 첫 일정으로 14일 서울 누상동 ‘티아트’를 방문했다. 청각장애인들이 일하며 꿈을 키우는 카페 ‘티아트’는 아이패드로 손님과 의사소통을 한다. 점주인 박정동씨(오른쪽)가 박 위원장에게 휴대전화로 응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종택 기자]

두 달도 안 남은 4·11 총선 국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집권 후 한·미 FTA 폐기’를 내건 민주통합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14일 반격에 나섰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2007년 FTA와 2010년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대권 주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무지의 소치이고 몰역사적인 궤변”이라고도 비난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이명박 정부가) 밀실협상에서 양보할 때 박 위원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익의 균형이 깨졌다고 생각되면 재협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위원장의 말은 매국노 이완용이 국익 운운하며 김구 선생을 비판하는 격”이라며 “한·미 FTA 날치기를 밀어붙인 배경엔 방관자 박 위원장이 있었음을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맞서 여권에선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주화시대에,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민주통합당이)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조약을 발효 전에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국익과 관련된 일이기에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데 당시 정부 요직에 있던 민주통합당 수뇌부가 지금 와서 포기하겠다고 한다면 국민이 민주통합당의 선거공약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정옥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통합당 김 원내대표가 2007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만든 한·미 FTA 평가보고서엔 ‘한·미 FTA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는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기 전에 본인의 기억력 테스트부터 제대로 하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박 위원장이 작심하고 한·미 FTA를 거론한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은 한·미 FTA 문제를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집권 후 폐기 운운하는 데도 아무 말을 못 한다면 새누리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게 박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야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성 있게 한·미 FTA 지지 입장을 밝혀 왔고 지난해 11월 여당 단독 표결 처리에도 참여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정치철학을 걸고 정면 승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선거전략 면에서도 해 볼 만한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한·미 FTA가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새누리당으로선 민주통합당의 최대 무기인 ‘MB정부 심판론’을 비켜 가고, 위축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 당직자는 “한·미 FTA는 새누리당이 쇄신모드에서 선거모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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