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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도 당당하게 … 뉴욕 패션쇼 사로잡은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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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뉴욕 패션계에서 활약중인 모델 강승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개성을 살린 게 뉴욕에서 4년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나타난 그는 25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주관이 뚜렷했다. 2008년 포드 수퍼모델 대회에서 28년 만에 아시아인으론 처음 우승을 차지한 모델 강승현 이야기다. 뉴욕 패션계에 신데렐라처럼 데뷔한 그는 4년 동안 마크제이콥스·DKNY·알렉산더왕·필립림 등 내로라하는 무대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개막한 2012년 가을 뉴욕 패션위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만났다.

- 살인적인 스케줄인데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

 “쇼를 할 때는 초를 다투기 때문에 메이컵 아티스트가 모델 피부를 걱정해줄 여력이 없다. 각자가 매일 최상의 상태로 무대에 오르는 게 프로다. 그래서 평소에 꾸준히 관리한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화장은 반드시 지우고 잔다.”

- 요즘 세계적으로 아시안 모델·디자이너의 활약이 부쩍 눈에 띄는데.

 “패션계도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엔 한동안 아프리카 모델이 떴다. 그러다 세계적인 패션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이 8명의 아시아 모델을 미국 보그지 표지에 ‘미의 기준을 바꾼 아시안 모델’이란 주제로 소개한 뒤 아시안 모델이 뉴욕 패션계의 핫이슈가 됐다.”

- 2008년 포드 수퍼모델 대회에서 우승한 건 워킹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은 대학에 모델학과가 있는 몇 안되는 나라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워킹을 배운 게 힘이 됐다. 하루 3~4시간씩 10㎝가 넘는 ‘킬힐’을 신고 워킹 연습을 했다. 하루에 구두 굽이 서너 개씩 부러지기도 했다. 평소 연습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거다.”

- 데뷔 후에도 4년 동안 톱 모델의 자리를 지켜냈는데.

 “뉴욕엔 예쁘고 어린 모델이 널렸다. 아무리 동안이라 해도 새로 데뷔하는 어린 모델과 견줄 수는 없다. 오랫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자면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찬 뉴욕이란 도시의 이미지에 맞는 개성을 살린 게 지금까지 바쁘게 일 할 수 있게 한 힘이었던 것 같다.”

- 20대에 일에 치여 사는 게 후회스러울 때는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걸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 어릴 때 큰 키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는데 다른 콤플렉스는 없나.

 “얇은 입술이다. 화가 난 듯 입을 꼭 다물고 있다는 오해를 가끔 산다. 그렇지만 모델에겐 단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심지어 사각 턱 때문에 발탁된 모델도 있다. 단점이라도 그걸 자신만의 개성으로 살리면 무기가 된다.”

-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준다면.

 “외국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다면 확 저지르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늘 생각만 해선 절대 못 나온다. 일단 나오면 버텨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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