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캐리 우드, 부활을 위해

중앙일보

입력

시카고 컵스의 운명을 양어깨에 짊어진 캐리 우드(23).

28일(한국시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 등판한 캐리 우드가 8이닝 무실점(8피안타, 2볼넷)의 호투로 시즌 8승째를 챙겼다.

우드는 모든 전문가들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질을 갖고 있다고 입모아 극찬하는 투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향후 최고의 투수가 되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을 품고 있다.

그것은 우드가 가지고 있는 구질(직구, 슬라이더, 커브) 모두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문제는 몸이 자신의 구질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98년에 데뷔한 우드는 5월 7일 휴스턴전에서 당시 '킬러 B'가 버티고 있던 휴스턴 타선을 철저히 농락하며 한경기 최다탈삼진 타이기록(20개)를 세웠다. 게다가 우드는 토드 헬튼(콜로라도)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열풍을 몰고온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몸이었다.

그해 9월 팔꿈치가 고장을 일으킨 우드는 시즌을 도중하차할 수 밖에 없었고, 토미 존 서저리라는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올해 4월, 재기에 1년을 통째로 쏟아부었던 우드의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컵스팬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온 우드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컵스의 돈 베일러 감독은 재기전 상대가 랜디 존슨(애리조나)으로 정해지자 등판일을 바꿔 줬을 정도로 그에게 정성을 쏟았지만 우드의 널뛰기 피칭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것은 부상을 피하기 위해 새로 바꾼 폼이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제구력을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시즌 성적 8승 7패 방어율 4.80

그러나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전반기 방어율 5.25, 후반기 4.26), 2할2푼5리의 피안타율은 구위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것은 우드가 예전과 달라진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렉 매덕스(애틀란타)와 마이크 햄튼(뉴욕 메츠)은 파워피칭을 버리고 나서야 특급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네번째 팔꿈치 수술로 자신의 밥줄이었던 슬라이더를 버리고, 체인지 업과 너클 볼을 연마하고 있는 존 스몰츠(애틀란타)야 말로 진정 '살아남는 법'을 아는 투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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