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극복해야 할 올림픽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당초 시드니 올림픽에서 3~4위 권으로 예상되었던 한국 대표팀(일명 드림팀 III)은 결국 일본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시드니로 가기 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선발 되었던 두산 베어스의 김민호가 부상으로 탈락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홈런왕 이승엽이 무릎부상으로 제 때 합류도 못하였으며, 호주에 와서는 연습경기에서 공수주 3박자를 갖춘 한화 이글스의 송지만이 수술 까지 받아야 하는 큰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드림팀 III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호주와의 예선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쿠바와 미국과의 대결에서도 패배하여 예선탈락 직전까지 갔었다.

여기에 현대 유니콘스의 포수 박경완, 외야수 박재홍, 라이온즈의 3루수 김한수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였으며 이 와중에 이른 바 카지노 사건이라 불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드림팀 III는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정몽윤 대한야구협회장이 중심이 되어 김응룡 감독 이하 드림팀 멤버들이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네덜란드-일본-남아공 전에서 승리를 거둬 준결승전에 올랐다.

물론 이번 올림픽 금메달를 딴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 몇 개로 3~4위전으로 밀려 났지만 구대성의 환상적인 완투로 마쓰자카를 앞세운 일본을 또다시 3대 1로 이겨 금메달 만큼 값진 동메달을 얻었다.

그런데 기대만큼 성과를 올린 드림팀 III 멤버들은 당분간 심한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먼저 주전인 박경완과 박재홍이 부상으로 전력에 큰 악영향을 끼친 유니콘스는 걱정이 태산이다. 설상가상으로 박종호와 박진만도 체력적으로 바닥난 상태다. 물론 페넌트 레이스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전 까지 그들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 일년 동안 헛농사를 지은 셈이 된다.

한편 그 동안 한국에서 투수와 타자의 최고봉으로 자리를 잡았던 유니콘스의 정민태, 베어스의 진필중, 라이온즈의 임창용과 이승엽 등 대활약이 기대되었던 드림팀 III멤버들 중 적지 않은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 줘 팬들의 많은 비난을 얻었음은 물론 그들 스스로도 자신감 마저 결여된 상태다.

마운드에 오르거나 타석에 들어서도 예전과 같은 기량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을 지 의문이 든다.

나머지 멤버들도 20 일 간의 훈련과 경기로 지칠 데로 지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충분한 휴식을 치루지도 못하고 바로 페넌트 레이스에 투입되어 자칫 잘못하다간 부상 당할 수 있다.

또한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각 프로야구단은 드림팀 III가 동메달을 획득하여 야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살아나는 호기를 잡았는데 어떻게 이를 프로야구까지 제대로 연결시킬 수 없는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LG 트윈스 등 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이번 기회를 놓쳐 버리면 야구는 지금보다 더 침체의 구렁텅이로 빠질 가능성 농후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수들과 구단 그리고 KBO는 하루 빨리 올림픽 후유증을 극복해 나가는 슬기로운 지혜와 정신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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