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야구] '프로선수와 나무배트'로 새시대 개막

중앙일보

입력

'프로선수의 출전과 나무배트의 출현.'

새천년 첫 올림픽이 열린 시드니에서 변화의 물결이 가장 거세게 몰아친 종목은 아마도 야구일 것이다.

시드니올림픽은 역사상 처음 프로선수의 출전이 허용되고 나무배트가 사용됨에 따라 '쿠바의 무적신화'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미국-쿠바-한국-일본 4개국의 급속한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올림픽 첫 우승과 쿠바의 패배는 21세기 올림픽 야구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선수 전원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트리플 A 유망주로 구성된 미국은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심판의 도움을 받았다는 오점을 남겼으나 팀 전력은 최강으로 꼽혀 올림픽 야구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반면 '공포의 레드머신' 쿠바의 신화는 20세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70년대 이후 '출전=우승'이라는 등식을 야구사에 수립했던 쿠바였지만 새천년에 등장한 '프로선수와 나무방망이'는 그들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더욱이 쿠바는 최근 유망주들의 잇단 망명속에 세대 교체까지 실패해 다음 올림픽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프로 올스타들이 출전한 한국은 그동안의 수모를 씻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올림픽이었다.

대표팀은 일본을 두 경기 연속 격파하고 미국, 쿠바와도 대등한 경기를 펼쳐 한국야구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국은 눈부시게 향상된 개인 기량과는 달리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신력에 문제점을 노출해 아쉬움을 남겼다.

바르셀로나에서 동메달, 애틀랜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시드니에서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은 올스타는 아니지만 '괴물투수' 마쓰자카와 홈런왕 나카무라 등 8명의 프로선수를 출전시키고도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과의 3-4위전에서 지고 난 뒤 그라운드와 벤치에 주저앉아 울음을 감추지 못하던 선수들이 일본야구의 정서를 대변했다.

그럼에도 시드니올림픽은 호주와 네덜란드가 미국과 중남미에서 뛰고 있는 프로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이 급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전력평준화가 이루어진 대회였다.

21세기 올림픽 야구는 특정국가의 독주시대가 막을 내리고 출전국들이 모두 치열한 순위다툼을 펼치는 격전으로 뜨거운 열기가 달아오를 전망이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