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지수 잘못 계산, 정정 소동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주요한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잘못 계산해 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작성해 발표하는 CPI는 임금이나 저소득층 지원금 책정, 실세 금리의 수준이나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미국에서 CPI가 발표됐다가 수정되기는 1974년 중고차용 에어컨 가격 산정 잘못으로 6개월치 지수를 고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올초 일본 경제기획청이 지난해 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잘못 산정해 발표했다가 뒤늦게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자 일본의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꾸짖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적지 않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올 1~8월 CPI가 2.6% 올랐다고 최근 발표됐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며, 실제로는 2.7% 상승했다" 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앞서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의 CPI(에너지.식료품 제외)가 2.5% 오른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0.1~0.3%포인트가 더 높다" 고 보도했다.

원인에 대해서도 뉴욕타임스는 "전체 지수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관련 지수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기 때문" 이라고 보도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지표를 중복 계산했기 때문" 이라고 전했다.

두 신문의 보도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노동통계국의 당초 발표가 잘못된 것임은 분명하며, 노동통계국도 이를 시인했다. 노동통계국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며, 곧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통계국은 "수치가 다소 틀렸다고 하더라도 올해 소비자물가의 일반적 추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수석 경제분석가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지만 이보다도 이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 이라고 말했다.

CPI가 올라가면 당장 내년에 지급되는 사회보장연금 등 각종 정부 보조금 부담이 늘어나며, 면세점이 높아져 세수가 줄어드는등 정부 재정에 상당한 변화가 있게 된다.

임금인상률 등 고용 여건에도 변화가 생기고, 채권의 만기수익률도 올라갈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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