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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양강 중국·일본, 경제지표 빨간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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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호 20면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중국 남부 수출허브이자 독일기업들이 밀집한 광둥성 저우장만에서 환담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이후 유럽연합(EU)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중국이 힘쓰겠다는 이야기를 부쩍 자주 한다. [광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경제에 탈이 나면 수출 시장과 원자재·부품조달을 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한·중·일 동아시아 경제권도 구상 단계부터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유럽연합(EU) 재정위기 등으로 한풀 꺾인다 해도 여전히 경착륙보다는 연착륙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통화긴축 완화 등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EU 재정위기 몸살 앓는 중국·일본 경제

중국 해관총서가 10일 내놓은 지난달 무역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0.5% 줄어든 1499억 달러, 수입은 15% 급감한 1227억 달러였다. 프랑스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야오웨이 이코노미스트는 “EU 재정위기가 중국 수출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걱정으로 긴축완화 정책에 신중하다”고 말했다.

앞서 6일 국제통화기금(IMF)은 EU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 베이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성장률은 8.2%로 예상됐지만 EU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4%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경기 부양에 투입하면 EU 경기가 침체해도 그나마 7%대의 성장률은 유지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기업공개(IPO)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증시 투자자들이 중국 성장 둔화 우려로 위축되자 중국교통건설(CCC)은 올해 기업공개를 통한 자본조달 규모를 4분의 1로 줄였다. 이 회사는 200억 위안(약 3조5700억원) 규모의 IPO를 목표로 삼았지만 주식시장이 신통치 않자 50억 위안으로 수정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SCI)가 지난해 22% 떨어져 IPO 기업에 타격을 입힌 데 따른 학습효과다.

그러자 영국의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피치의 앤드루 콜크호운 아·태 지역 신용담당 대표는 7일 홍콩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경제가 성장 둔화를 경험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동산시장과 은행부문이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잠재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돈줄을 죄는 등의 긴축정책을 그만두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5% 올랐다고 9일 발표했다. 정부의 물가통제선 4%는 물론 지난해 12월 상승률 4.1%, 시장 예상치 4.1%를 모두 웃돌았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짐에 따라 중국 정부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에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세계 경제는 거의 빙하시대로 추락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머리를 맞댄 데 이어 14일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집행위원회 지도부와 만나 해법을 모색하는 까닭이다.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도 3%대 중반 이하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대표 선진국인 일본 경제도 나아질 기미가 잘 안 보인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국채 시장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국가 신용등급 강등설이 봇물처럼 터졌다. 일본 경제의 주춧돌인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각종 거시지표도 불안하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수출 엔진이 식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대표 수출산업인 자동차의 유럽 현지생산 포기 방침을 보도한 뒤 실물경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 처음으로 미쓰비시가 내년부터 연산 20만 대 규모의 네덜란드 소형차 생산라인을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EU 재정위기로 현지 수요가 줄어 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지난해 4∼12월 EU에서만 114억 엔의 적자를 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적자를 냈다. 일본 재무성이 최근 발표한 ‘2011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는 2조4927억 엔(약 113억 달러) 적자로 2차 석유위기를 겪은 1980년(2조6000억 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수출은 2010년보다 2.7% 감소한 65조5547억 엔, 수입은 12% 증가한 68조474억 엔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요 수출품 생산이 타격을 입은 데다 엔고 현상으로 수출품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졌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일본 국채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이달 초 136bp(100bp=1%p)까지 올라 말레이시아(134bp)·중국(132bp)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업계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달 중 일본의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국채시장이 앞으로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후지 히로시마 전 일본 재무상은 “유럽을 겨냥하던 핫머니가 일본을 공격할 것이다. 현재 일본 상황은 남유럽과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지난해 1월 S&P가 AA에서 AA-로, 8월 무디스가 Aa2에서 Aa3로 한 단계씩 강등한 바 있다. 피치는 지난해 5월 일본의 등급은 AA를 유지하면서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금융시장은 지난주 갈팡질팡한 그리스 국채협상 소식에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유로존이 그리스 구제금융안 승인을 미룬 10일 미국·유럽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미 다우존스는 전날보다 0.69% 내린 1만2801.23.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30은 1.41% 내린 6692.96, 영국 런던 FTSE 100은 0.73% 내린 5852.39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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