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올해 제 모습을 찾는다. 화염에 휩싸인 지 만 4년이 흐른 10일 오전 서울 숭례문 현장에서 복구 설명회가 열렸다. 화재 이후 수습·조사·준비에 2년이 걸렸다. 복구 공사의 첫 삽을 뜬 건 화재 2주기였던 2010년 2월 10일이었다. 이후 2년간 숭례문은 전통기법을 적용하는 거대한 실험장 노릇을 해왔다.
이날 현장에서 눈길을 끈 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통 기와와 단청이었다. 반짝이는 공장기와를 머리에 얹은 숱한 옛 건축물은 한복을 입고 중절모를 쓴 듯 어색한 게 사실이었다.
한형준 제와장(製瓦匠·중요무형문화재 91호)이 구워낸 전통기와는 은회색으로 공장기와보다 은은한 빛깔을 냈다. 전통기와를 제작하기 위해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복원한 재래식 가마에서 구워낸 것들이다.
김창대 전수조교는 “용문양이 새겨진 암막새 표본 하나를 만들기 위해 8개월간 다섯 번이나 문양을 바꿔가며 실험했다”고 말했다. 전통 기와는 정으로 두드리니 쇳소리가 났다. 기와를 깬 단면엔 육안으로도 숨구멍이 보였다. 물을 99% 튕겨내는 공장 기와보다 흡수율(10~12%)이 높은 대신 20% 정도 가볍다. 표면엔 탄소코팅을 해 빗물을 빨리 배출하게 한다.
단청도 흔히 쓰이는 화학안료 대신 천연안료를 사용한다. 홍창원 단청장(중요무형문화재 48호)은 “안료 원석을 분쇄한 뒤 물에 넣어 잔가루를 걸러내면 거를 때마다 색이 옅어져 같은 녹색이라도 12가지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천연안료는 한 번 발라서는 색이 잘 나지 않는다. 두 번 이상 반복해 발라야 제 색을 내고 오래간다. 색이 곱고 목재 표면 통풍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숭례문 복원은 전통 재료·기법의 부활을 키워드로 삼았다. 일일이 다듬은 돌로 성곽을 복원하고, 못·정 등 철물도 전통 대장간에서 옛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려는 취지다. 현재 공사는 75%가량 진행된 상태다.
상량식(上樑式·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은 다음 달 8일 열린다. 문루(門樓) 조립은 4~5월께 완료된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일제에 훼손된 성곽까지 복원해 숭례문의 원래 모습을 올 연말까지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