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이틀째 내림세 30달러선으로 하락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전략 비축유(SPR) 방출 발표가 약효를 나타내면서 국제유가가 이틀째(거래일 기준) 내림세를 보인 끝에 25일에는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1.11달러 하락한 31.57달러를 기록했고, 런던 국제석유시장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1.01달러가 빠진 배럴당 30.24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로써 유가는 3천만배럴 가량의 SPR 방출 소식이 전해진 22일 이후 2달러 가량 하락했다.

샐러먼 스미스 바니의 수석 석유시장 분석가 피터 기노는 "SPR 방출로 미국 내 석유 재고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SPR 방출이 시작되면 하루 1백만배럴 증산과 맞먹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근 증산 규모(80만배럴)를 능가하는 것이다.

프라하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유럽연합(EU) 소속 15개국 재무장관들도 오는 29일 브뤼셀에서 전략 비축유 방출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키로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도 다음달 중순 회의를 열고 긴급상황시 회원국간 원유를 상호 융통하는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SPR 방출의 유가 안정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메릴린치의 수석 에너지 분석가 마이클 로스먼은 "일시적으로는 물량이 증가하겠지만 앞으로 수년간 정제 설비의 병목 현상이 예상되는 등 핵심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고유가의 불씨가 꺼졌다고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IEA의 로버트 프리들 사무국장도 "SPR 방출은 민주당 대선후보 지원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담겨 있어 장기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유가가 장기적으로 33달러 선에 머무를 경우 회원국 경제 성장률이 0.4%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OECD는 향후 1년 동안 세계 원유 수요가 1%포인트 증가에 그치고 OPEC의 추가 증산이 기대되는 만큼 유가가 27~30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