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돕자” 시민들 팔걷어 … 전국 4000명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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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편하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이용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못했고요.”

 양리리(36·여) 서대문 도서관친구들 대표도 다른 사람들처럼 도서관에 대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도서관친구들’을 만나 회원이 되기 전까지는. 양씨는 어린이 학습코칭 강사로 2009년 도서관 관련 행사에 나갔다가 ‘도서관친구들’에 대해 알게 됐고, 지금은 서울 서대문지역의 리더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평생 교육기관으로 진화돼 있어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도 많지요.”

 ‘도서관친구들’이란 2005년 공공도서관을 돕자며 만들어진 시민들의 모임이다. 처음에는 독서운동으로 시작됐다가 이제 전국 27개 지부 4000명이 넘는 회원이 함께하는 단체가 됐다. 철학자 강신주, 방송인 김제동도 회원이다. 한 구좌당 2000원씩의 회비를 모으고 기금을 마련해서 지역 주민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할 땐 홍보도 해 도서관이 지역의 문화사랑방이 되도록 지원하는 게 일이다.

 대표적인 행사는 ‘책시장’이다. 출판사들로부터 재고 책을 기증받아 정가의 30~50% 가격에 판 뒤 그 수익금으로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부족한 책을 사서 기증하는 것이다. 책을 기증해줄 ‘친구’출판사를 섭외하는 일, 기증받은 책을 파는 일, 새로운 책을 사서 기증하는 일을 회원들이 직접 챙긴다. 지난해 9월에는 30개 출판사로부터 책을 기증받아 알뜰 책시장을 열었다.

 이런 공동행사 외에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도 각기 운영한다. 서대문 도서관친구들의 경우 지역에 육아를 위해 휴직한 고학력 부모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영어동화 독서모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재취업도 돕겠다는 생각이다.

 ‘도서관친구들’의 역사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한 공공도서관을 살리자며 지역주민들이 만든 운동이다. 바자회를 통해 기금을 모으고, 이용자 늘리기 위해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행사를 열어 주민들의 관심을 되찾았다. 1922년 조직된 일리노이주 ‘글렌 엘린 공공도서관의 친구’ 등이 그렇다. 한국에서 ‘도서관친구들’을 처음 기획한 여희숙(58·여) 대표는 “도서관은 주민들이 가장 친근하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소”라며 “도서관에서 하는 다양한 강연이나 독서 모임을 통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원수가 가장 많은 광진 도서관친구들이 활동하는 광진정보도서관은 지난해 전국 1만3851개 도서관 평가에서 1위를 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도서관의 정종희(35·여) 사서는 “지난해 도서관친구들이 기증한 책 1400여권, 기부금 2300만원이 동네 작은 도서관들을 운영하고 부족한 장서를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도서관친구들’ 되려면

◆회원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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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구분

① 정회원: 매월 5구좌 이상의 회비를 내고 월 1회 이상 정기모임에 참석.

② 일반회원: 매월 3구좌 이상의 회비를 내고 도서관행사에 자주 참석.

③ 후원회원: 1구좌 이상 후원하면 누구나 가능. (1구좌 당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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