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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치킨집 3만 곳 넘어 … 멀티카페형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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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6일 서울 문정동 bbq 카페 ‘패밀리 타운점’에서 손님들이 저녁을 즐기고 있다. bbq 카페는 치킨뿐 아니라 파스타·칵테일 등 70여 가지 메뉴를 갖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 은퇴자들은 너도나도 치킨집을 차리고 나섰다. 창업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점포 관리도 타 업종에 비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계속 치킨집 창업 붐이 이어졌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치킨전문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전국 치킨집은 3만 곳이 넘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만 300여 개다. 여기에 대형마트의 ‘통큰치킨’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하지만 아직 치킨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게 창업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년간 한국인이 소비하는 치킨은 12.7㎏으로 미국(44.6㎏)·홍콩(37.4㎏)·일본(15.2㎏)보다 적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인테리어·브랜드 컨셉트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치킨전문점 성공 비법과 변화 트렌드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채승기 기자

최근 치킨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멀티카페형’ 치킨전문점의 증가다. 치킨뿐 아니라 피자·파스타·칵테일까지 판매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형태로 진화했다. 시간대별로 특화된 메뉴를 제공해 저녁에만 매출이 집중되던 한계를 극복하고 카페형 인테리어를 내세워 젊은 층과 여성 고객을 끌고 있다.

 ‘제너시스BBQ’(www.bbq.co.kr)가 최근 새로 선보인 ‘bbq카페’는 대표적인 멀티카페 치킨전문점이다. bbq카페는 70여 가지 메뉴를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눠 판매한다. 오전과 점심시간대에는 파스타·피자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오후 시간대에는 커피와 와플·허니브래드 같은 디저트가 주가 되는 ‘커피전문점’으로 변신하는 식이다. 저녁에는 치킨 요리와 식사, 그리고 칵테일·맥주·와인 같은 주류를 판매한다. 점심시간에는 6000~8000원대 ‘카르보나라 라이스’와 ‘크림파스타’가, 저녁시간에는 치킨과 케이준 칩스를 한 접시에 담은 ‘치킨 플래터’가 인기다. 주방은 홀에서도 조리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으로 만들어졌다. 인테리어는 목재와 타일 같은 친환경 소재를 적절히 활용했다. 윤홍근(57) 제너시스BBQ 회장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원재료와 생산과정이 담긴 사진을 매장 곳곳에 비치했다”며 “고객에게 믿음을 주고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매드후라이치킨’(www.madfry.co.kr) 역시 멀티카페형 치킨전문점이다. 후라이드치킨·오븐치킨 같은 고전 치킨 메뉴뿐 아니라 치킨을 치즈에 찍어 먹는 ‘퐁듀 요리’와 ‘치즈감자’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이 업체 역시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였다. 파벽돌(두께 5~10㎜의 얇은 벽돌)과 원목 느낌을 최대한 살린 테이블로 커피전문점 같은 느낌을 줬다. 매드후라이 교대점 강명구(28) 점장은 “카페형 치킨전문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층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82.6㎡(25평) 규모 매장에서 한 달 평균 4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더후라이팬’(www.thefrypan.co.kr)은 ‘젊은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메뉴부터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여심만을 공략하고 있다. 흰색과 빨간색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다양한 소품을 매장 곳곳에 비치했다. 2007년 서울 홍대 앞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오픈 4년 만에 174호점을 냈다. 닭 안심과 다리살 두 가지로 메뉴를 단순화하고 샐러드와 감자칩을 함께 내놓는다.

 남들과 다른 조리법과 재료로 차별화에 성공한 업체도 있다. ‘닭잡는파로’(www.paro.co.kr)는 뼈를 발라낸 다리살·가슴살 등을 야채와 함께 세팅해 도시락처럼 만들었다. 여기에 ‘닭쌈·닭쌈밥·고추장바비큐비빔밥’ 같은 점심 특화 메뉴로 30%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리웰(www.iverywell.co.kr)’은 와인을 치킨 요리에 접목한 경우다. 와인·허브에 12시간 자연 숙성시킨 ‘와인숙성치킨’이 주 메뉴다. 양념 소스에도 레드·화이트 와인을 첨가했다.

 치킨집 창업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재료인 닭을 어느 정도 손질해 가맹점에 제공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본부에서 다양한 메뉴에 맞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닭을 손질해주지 않으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닭 이외에 추가하는 메뉴가 기존 전문점의 메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창업비용과 운영비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치킨전문점에서 햄버거를 취급할 경우 기존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보다 맛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사의 지원이나 대체 메뉴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의 유무도 중요한 요소다. 이인호 세종창업연구소장은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영점은 고객 취향 변화를 읽고 신메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 거점”이라며 “직영점이 없는 본사는 변화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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