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스펠링비’ 출제자 피터 소콜로스키의 영어 단어 학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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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라버스, S. Y. L. L. A. B. U. S”.

한 초등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한다. “정답입니다” 사회자가 외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2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2012 내셔널 스펠링비(NSB) 대회가 열렸다. 한국 예선전 단어 출제는 미국의 대표적인 영어 사전인 ‘웹스터 사전’을 만드는 메리엄 웹스터사의 피터 소콜로스키(Peter Sokolowski) 총괄편집인이 맡았다. 그는 해외 NSB 대회에서도 출제자로 참가하며 여러 지원자를 지켜봐 왔다. 한국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영어사전 공부법에 대해 물었다.

김슬기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2012 내셔널 스펠링비(NSB) 출제자인 피터 소콜로스키 총괄편집인이 영어 어원 공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 장·단점을 말해 달라.

“기본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읽기 못지않게 말하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스펠링은 단어가 개별적으로 고립돼 있는 반면 말하는 건 단어들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말하는 훈련으로 영어를 습관화했으면 좋겠다.”

-스펠링비 대회에서는 참가자가 수많은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한다. 단어를 많이 외우려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중심 어원을 놓고 파생되는 단어를 공부하는 법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물을 의미하는 hydro는 ‘hydraulic(수압의)’‘hydrometer(액체비중계)’로 단어가 파생된다.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끼리 그룹을 지어 공부하면 단어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고 기억에도 도움이 된다. 메리엄 웹스터 사이트(www.learnersdictionary.com)에서는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를 한꺼번에 검색해 준다. 꼭 이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어원을 중심으로 여러 단어를 외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영어 단어 한 개당 하나의 의미만을 외우는 경향이 있다.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공부법이 있는가.

“자신을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기를 바란다. 솔직히 단어 하나당 하나나 두 개 정도의 의미를 아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단어의 다양한 뜻을 습득하고자 한다면 영어 기사를 많이 읽고 영미권 영화 보기를 권한다. 영화를 보게 되면 문맥 속에 있는 뜻을 파악하기 쉽다. 미국인이 말하는 속도를 그대로 들을 수 있고 자막을 보면서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수학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한국 학생들은 일명 빽빽이(종이에 반복해서 써서 외우는 것)를 하는데, 더 좋은 공부법이 있나.

“반복해서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은 공부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체를 사용해서 외우는 방법은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외우기를 바란다. 버스나 공공장소에서 부끄러울 지라도 입으로 살살 소리를 내어 단어를 발음하다 보면 단어를 더욱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을 것이다.”

-발음기호를 보면서도 틀리게 발음할 때가 있다. 단어 스펠링을 외우는 데 치중하다 보면 발음은 무심코 흘려버리게 마련이다. 단어를 올바르게 발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지만 강세를 익혀야 한다. 강세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저트의 경우 후식(Dessert)은 두 번째에 강세가 있지만 사막(Desert)은 첫 번째에 있다. 많은 학생이 강세를 신경 써서 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 할지라도 강세 위치를 알지 못하면 영어 발음을 실제 들었을 때 어떤 단어인지 알아차릴 수 없다. 발음을 틀리게 발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하면서 벌어지는 실수는 당연하므로 용기를 가지고 계속 발음 연습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영영사전이 영한사전보다 공부에 더 도움이 되는 이유가 있는가.

“영어를 읽기 시작할 때부터 영영사전을 쓰라고 추천하고 싶다. 영영사전은 단어 뜻을 영어로 풀이해 놓기 때문에 해당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영영사전의 영어 풀이가 이해하기 힘들다면 학습자를 위한 영영한 사전 쓰기를 권한다. 영영한 사전은 영어와 한글로 단어 뜻을 풀이해 놓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웹스터 사전은 3000단어 내에서 뜻풀이를 하기 때문에 쉬운 단어로 설명이 이뤄져 있다. 영어 해석이 부담스러운 학생은 학습자용 영영사전 쓰기를 권한다.”

-영어 공부를 어려워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언어는 습관이다. 드라마든 노래든 영화든 무엇이든 좋다. 자신을 좀 더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길 권한다. 지난해 스펠링비 우승자는 6㎏ 되는 영어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반복해서 봤다고 들었다. 모두가 그 정도로 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영어 공부에 취미를 붙인다면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NSB) 대회=미국 스크립스(E.W. Scripps)사가 매년 주최하는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로 만 15세, 중2(8학년) 이하의 초·중학생들이 참가한다.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철자를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NSB 우승자는 한국 대표로 5월 미국 본선대회에 참가하는 자격을 얻는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윤선생영어교실이 후원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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