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앞다퉈 러브콜 … 몸값 치솟는 SNS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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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업체 카카오톡의 박용후(47) 커뮤니케이션 전략 고문은 요즘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는다. 십중팔구 정치권에서 오는 전화여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로 알려진 그에게 올 들어 정치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박 고문은 “국회의원 예비후보 캠프는 물론 대선 잠재 후보 쪽에서 SNS 관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온다”고 말했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SNS 전문가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새누리당은 4·11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 때 SNS 활동지수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젊은 층의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SNS 소통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트위터 등을 통한 정치 의견 표출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한정위헌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SNS 선거운동에 대한 빗장이 풀리면서 전문가 영입의 장(場)이 선 셈이다.

민주통합당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나꼼수 사례에서 보듯 SNS의 여론이 오프라인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은 선거의 핵심 전략”이라며 “돈 안 드는 선거, 젊은 세대의 참여 확대 같은 정치 환경의 변화를 SNS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치권은 SNS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입 제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권은 그동안 팔로어 수가 많은 SNS 유명인사를 위주로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요즘은 SNS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거나 SNS 세계에 밝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박 고문 외에 최재용(45)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 박윤옥(36) 크리에이티브 컴즈 마케팅본부장도 정치권이 눈독을 들이는 인사들이다. 최 원장은 아예 후보 등록 제안을 받았다. 최 원장은 “대선 예비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캠프에서 온 영입 제의를 잇따라 거절했더니 나중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SNS 관련 강의를 주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정치색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워 거절했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 뉴스업체 A사 대표의 경우 여당 유력 대선주자 측에서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는 ‘거액의 연봉을 제안받은 이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정치권은 다양한 SNS 가운데서도 트위터 전문가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N 원윤식 홍보부장은 “개인 간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미투데이나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페이스북 쪽 인사보다는 다수에게 파급력이 강한 트위터 쪽 전문가들을 정치권은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영입 제안을 받은 전문가들 중에는 부정적 입장을 가진 이가 많다. 박 고문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쌓인 단문들은 단순히 글이 아닌 철학과 감정이 들어 있는 생각의 조각들”이라며 “이를 꾸준히 읽어 그 뒤에 숨어 있는 유권자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정치인들은 SNS를 리스닝(듣기)이 아닌 스피킹(말하기)의 도구로 활용하려고만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얘기를 전파하기 위해 SNS를 도구로 삼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의 속성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 윤성이(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은 외형적 요건일 뿐 SNS 소통의 핵심은 진정성”이라며 “지지자를 네트워킹화하기 위해 선거공학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한 정치인들의 SNS 활동은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태희·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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