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 옛다 법인카드" 토착비리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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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음성군 보건소 지소장(6급)으로 일하던 A씨는 보건진료소 법인카드를 며느리에게 줬다. 며느리는 2008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 502차례나 카드를 긁었다. 법인카드로 개인 생활용품 등을 사는 데 빠져나간 돈은 3687만원. A씨는 보건진료소 운영협의회 기금 계좌에서 직접 현금을 빼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현금 836만원에 법인카드까지 그가 횡령한 돈은 2008년부터 3년여 동안 45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감사원이 지역 토착비리와 공직기강을 점검하면서 적발한 건이다. 7일 감사원이 공개한 토착비리 사례는 횡령, 공금 유용에 인사 개입까지 광범위했다.

 최모씨는 도봉구청장(옛 한나라당 소속)으로 재직하던 2008년 1월 자신의 측근인 과장이 승진할 수 있도록 그에게 근무평가 전체 1위를 줬다. 근무성적평정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이었다. 2008년 뇌물을 받아 징계해야 할 직원을 훈계 처리만 해 2009년 7월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최 전 구청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근무성정평정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다섯 차례에 걸쳐 인사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

 서울 은평구는 지자체 사업을 추진할 때 쓰라고 받은 업무추진비(판공비)로 2008~2010년 29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사고는 구청 간부와 지방의회 의원에게 나눠줬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동작구·중구와 부산진구, 강원도, 전남 영광군·화순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감사원은 잘못 쓰인 업무추진비를 회수하라고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전북 익산시에선 공무용 골프회원권을 시청 직원들이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2008년 10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익산시 전·현직 공무원 148명이 골프회원권을 쓴 것으로 감사원이 확인했다. 감사원은 익산시에 ‘주의’ 통보를 하면서 골프회원권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최 전 구청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음성보건소 지소장 등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 8명을 징계하라고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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