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노스페이스가 반값이란 말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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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기 쇼핑몰 맥슈즈의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박모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를 구입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찾은 ‘노스페이스 다운몰’이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였다. 63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하자 “해외 배송이어서 2주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가 떴다. 하지만 3주가 흘러도 물품은 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독촉도 해봤지만 얼마 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나이키 운동화를 사려던 이모씨는 시중가의 절반에 판다는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냈다. ‘토토슈즈’라는 사이트였다. 이씨는 2개를 주문하고 15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배송되지 않았다. 문의했더니 처음에는 친절하게 설명해줬지만 한 달 뒤에는 결국 연락이 끊겼다.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나 나이키 운동화같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물품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류나 운동화를 샀지만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피해가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http://ecc.seoul.go.kr)에 410건 접수됐다고 7일 밝혔다. 신발이 364건(88.8%)이고, 의류가 46건(11.2%)이다. 피해 품목 대부분이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끄는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나 나이키 운동화로 나타났다.

 사기 피해가 접수된 인터넷 쇼핑몰은 노스페이스 다운몰(4건), 맥슈즈(220건), 토토슈즈(173건), NA쇼핑(13건) 등 4곳이다. 이들은 통신판매 신고번호, 사업자 등록번호, 사업장 소재지 등을 허위로 사이트상에 기재하고 쇼핑몰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스페이스 다운몰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발이나 아웃도어 의류같이 유명 스포츠 상품을 판매하는 멀티숍 형태의 사이트를 운영하며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유인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등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제품을 시중보다 할인된 가격에 올려 소비자를 속였다. 이후 구매자들이 현금을 입금하면 해외 배송을 핑계로 배송 기간을 연장한 후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피해 금액은 5만~10만원이 180건(43.9%)으로 가장 많았다. 10만~20만원이 163건(39.8%), 20만원 이상 36건(8.8%), 5만원 미만 31건(7.6%)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233건(56.8%), 10대 72건(17.6%), 30대 59건(17.4%), 40대 39건(9.5%) 순으로 10~20대 젊은 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시는 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 서울 소재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자정보 등을 별(★)표로 등급화해 소비자가 안전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박상영 서울시 경제진흥실 생활경제과장은 “시중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광고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현금 결제는 피하고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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