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가조작 하기도 쉽고 적발도 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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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조너선 리베드라는 15세 소년이 인터넷을 통한 주가조작을 해 27만3천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인터넷 주가조작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미 증권관리위원회(SEC)나 증권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번 일을 계기로 두가지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나는 인터넷 덕택에 주가조작이 너무 쉬워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인터넷 덕분에 주가조작을 적발해 내기도 무척 쉬워졌다는 것이다.

SEC와의 타협을 통해 부당이득과 이자를 포함 28만5천달러를 물어내기로 한 리베드가 이번에 하다 적발된 주가조작 수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격을 높인 후 주식을 파는 소위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라고 해서 고전에 속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주로 기업 경영진들이 허위 보도자료를 내거나 증권회사들이 수백명의 작전세력을 풀어 특정주에 대한 매수세를 부추김으로써 가격을 높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인터넷 덕택에 ''펌프 앤 덤프''를 하는 것은 너무 쉽다. 집안에 전화선과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넘나들며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서 얼마든지 주가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SEC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투자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주가를 ''펌프질''하는 것이 리베드가 실제 했던 것처럼 ''애들 장난'' 같이 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e-메일을 통한 허위사실의 유포도 추적이 쉽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주가조작을 적발해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보다 주가조작의 가장 무서운 감시자는 건실한 투자자들이다. 주식 거래 관련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을 열심히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허위사실의 유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증권 당국에 즉각즉각 신고를 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조작의 낌새를 눈치챈'' 투자자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저런 정보는 ''펌프 앤 덤프'' 같으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한다.

리베드의 경우도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에 대한 허위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유포하는 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신고가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SEC는 주가 왜곡과 관련된 신고를 하루 300건 정도 받고 있다.

SEC에서 인터넷 주가 관련 사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50명이나 된다. 2-3년전에는 담당직원 수가 불과 2명 뿐이었으나 인터넷 주식거래가 본격화되면서 관련사기도 더욱 지능화되고 양적으로도 많아져 엄청난 증원이 이뤄진 것이다.

올해만 이들은 68건의 인터넷 주가조작 사기를 적발했다. 이 규모는 지난 95년의 불과 5건은 물론 지난해 전체의 5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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