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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계 '발등의 불'

중앙일보

입력

사례1. 소니 인터네셔널 코리아는 지난 6월 최신형 캠코더인 VX-2000을 자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이 제품의 이전 모델인 TRV-900에 비해 성능은 휠씬 좋아졌지만 같은 가격에 공급된 이 제품은 판매 서너시간만에 동이 났다.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디지카 [http://www.digika.net] 운영자인 한우건(35)씨는 "이 정도 성능의 제품을 이 가격에 내놓는 것은 혁명적"이라며 "오프라인 유통망을 사실상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니 코리아 홍보팀 우해나(28)씨는 "이 상품 덕에 소니 쇼핑몰을 많이 알린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 구축해 나가겠지만 온라인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사례2, 지난 7일 교보문고는 주요 출판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정가의 80~90%에 책을 팔고 있는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계속 공급한다면 인터넷 교보문고 역시 할인판매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온라인 서점에 도서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문화관광부는 9일 도서정가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안그래도 영세한 출판사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기획홍보담당인 남성호(34)씨는 "인터넷 서점 등장 후 판매 증가율이 5%씩 줄고 있다"며 "문제를 공론화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업계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한 온라인 유통업계가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가 대응에 나섰다.

메이커들은 일단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체 온라인 판매망을 가지고 있지만 최종 판매 단계에서는 대리점 등 오프라인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삼성전자 [http://samsungelectronics.com/kr] 디지털마케팅사업팀 전옥표(43)부장은 "삼성전자 공식 쇼핑몰을 제외하고는 공식경로를 통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며 "'땡처리'등을 통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상행위는 근절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http://www.interpark.com] 이예린(30)과장은 "일부 가전 메이커측에서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공급루트를 차단하겠다'고 겁을 주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같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반박했다.

이 업계들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기존 제품의 모델명을 바꾸거나 쇼핑몰 자체포장으로 브랜드만 바꿔 상품을 내놓는 것도 새 흐름이다.

삼보 컴퓨터 자회사인 나래 해커스[http://www.getpc.co.kr]가 한 예. 이 회사의 경우 삼보 컴퓨터에서 만든 제품에 나래해커스 브랜드를 달아 인터넷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용산 전시장을 찾은 대학생 허창재(26)씨는 "삼보컴퓨터와 케이스등 몇가지만 다른 제품이 10%정도 싸다"며 "당장 인터넷 주문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등 기존 유통망이 취약한 경우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가격을 조정하는 고충을 겪기도 한다.

히타치 코리아 유혁수(30)씨는 "온라인이 가격 경쟁력을 갖는 건 사실"이라며 "오프라인쪽을 고려해 판매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켜달라고 온라인 판매망에 부탁하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기존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온라인 판매로 진입하는 데 대해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인터넷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노사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홍재관(40)씨는 "판매 관련 노조원만 1만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인터넷 판매로 갈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한 교수는 "결국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는 온라인이 유리할 것"이라며 "오프라인도 각종 서비스 등을 통해 비교우위를 가져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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