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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편전쟁부터 셜록 홈즈까지 … 경제용어로 세상을 분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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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새해도 벌써 2월 입니다. 신년 계획이 무엇이든 책 읽기는 모든 일의 바탕을 다지는 일입니다. 독서에서도 편식은 곤란하겠죠.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으로 전공이나 직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서평집 세 권을 추천합니다. 주제는 ‘섞으면 아름답다’로 정했습니다. 광고 전문가·경제학자·과학자가 각각 다양한 독서 경험을 털어놓은 이 책들에서 삶을 풍성하게 하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김훈민·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336쪽, 1만5000원

경제학 서적 말미에 『셜록 홈즈 전집』과 『검은 오벨리스크』라는 참고문헌이 적혀 있다면, 평범한 경제학 서적은 아닌 거다. ‘소설가, 예술가, 철학자들은 모두 경제학자였다’라는 도발적인 카피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고대 함무라비 법전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경제용어를 통해 세상을 분석한다.

 저자들은 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미국 정부의 잘못된 금융규제가 아닌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을 예로 든다. 대 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인도산 아편을 수출한 영국은 자국 내 아편을 금지한 중국과 전면전을 치뤘다. 아편전쟁도 결국은 무역의 이익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글로벌 불균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책에서 인문학과 경제학이 만나는 부분이다.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도 아편전쟁과 닮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돈을 빌렸고 중국이 미국 채권을 구입하며 자금 공급자 역할을 담당했다. 저자는 “현재 미국은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사고 팔면서 먹고 사는 것과 같으며 이런 성장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던 노벨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지적을 지지한다.

 책은 신화, 문학, 예술 등 인문학 속에 숨어 있는 경제원리를 밝힌다. 단군신화에도 경제적 고민이 담겨 있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세상에 내려오면서 농사를 위해 풍백·우사·운사라는 날씨를 주관하는 주술사들을 데리고 내려 온 것이다. 당시 지배계층은 결국 경제의 근본인 농사를 위해 날씨에 대한 문제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KDI 연구원인 두 명의 저자는 셜록 홈즈에게서는 ‘가격 차별’이라는 용어를 이끌어 낸다. 홈즈는 사진 한 장을 찾아달라는 보헤미아 왕에게 착수금으로 1000파운드를 받지만 사례금을 낼 능력이 없는 스토너양에겐 얼마간의 비용만 받는다. 스토너양이 의뢰한 일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만 가격을 올린 것이다. 소설 『검은 오벨리스크』에서는 10마르크 지폐를 태우는 소설을 인용해 ‘초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현상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에선 ‘포획 이론’을 끌어내고 함무라비 법전을 통해선 ‘가격 통제’의 경제 원리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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