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내 눈물, 땀방울 … 모두 다 들려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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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은미

“팬들이 지어준 ‘맨발의 디바’라는 별명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내 모습을 담은 것이라면, ‘소리 위를 걷다’는 나의 음악적 행보를 상징하는, 나의 정체성을 정의한 표현이다.”

 가수 이은미(46)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담은 에세이집 『이은미, 맨발의 디바-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문학동네)를 펴냈다. ‘소리 위를 걷다’는 그의 미니 앨범의 타이틀이자 공연의 제목이다.

 “립싱크하는 가수는 가수가 아니다”며 입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고, 첫 음반을 제작할 때 “앨범 수록곡 중 60%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주장할 정도로 언제나 날이 서 있던 그도 세월 앞에서 보드라워졌다.

 음악도 친절해졌다. 이유는 이랬다. “오랜 진통 끝에 탄생한 6집 음반에는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의 음악 용어 ‘마논탄토(Ma Non Tanto)’라는 이름을 붙였다. 음악에 대한 나의 넘치는 사랑과는 별개로 대중과 더욱 가깝게 호흡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2004년 연말콘서트를 끝내고 무대에 주저앉은 뒤 한동안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그가 1년여의 씨름 끝에 세상에 앨범이 6집이다. 그의 대표곡이 된 ‘애인 있어요’가 실린 앨범이다.

 그는 “음악이 내게 운명이라고 하여, 벗어날 수 없는 사슬 같은 것이라 하여, 음악을 함부로 다룬 적이 없다”고 했다. 나이가 들며 무뎌지는 감성의 촉각을 세우기 위해 문학 등 다른 예술에도 늘 눈과 귀를 열어두며 인문학적 소양 기르기에 애쓰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가수 이은미가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것일 듯하다. “누군가 내게 음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싶다. 달콤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던 그 길 위에서 내가 흘렸던 눈물과 땀방울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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